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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봄 강수량이 적어 가뭄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선거법 등으로 여야간 마찰이 이어지면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2~3월의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연 강수량이 평년(1,307.7mm)의 72% 수준인 948.2mm에 불과해 여전히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또 다시 가뭄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물관리 효율화를 위한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 위기는 이미 국제사회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물 위기(Water Crisis)가 장래의 가장 큰 우려 사항(Highest Concern)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물의 이용원칙과 물 분쟁 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물관리기본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 업무 비효율을 줄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물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물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어 업무중복과 예산낭비 등 여러 부문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수량은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하천은 국민안전처, 발전용댐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물 관련 부처만 5곳이며 이들 간 업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도 설립돼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국무총리실 산하에 '물관리협의회'가 구성돼 운영 중이지만 법률상 근거가 없고, 부처간 형식적 협의체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 낭비도 상당하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각각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업무를 맡고 있는데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지방상수도 시설이 충분한데도 광역상수도를 개발하거나, 광역상수도 여유량이 있는데도 지방상수도를 확장하는 등 업무중복과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2014년 광역·지방 상수도 시설과 관련해 업무 조정체계 미비로 9,840억여 원의 예산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지역 간 물 관련 갈등도 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조정할 기구가 없다.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었던 충남 지역에선 1990년대부터 지천댐 건립이 논의됐지만 청양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심순보 충북대 명예교수는 "현재 물관련법이 부처별로 수평적으로 분산돼 수자원의 통합관리가 어렵고, 지역간 분쟁에도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수자원계획체제와 수리권 등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