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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며 추진해온 제4이동통신(제4이통) 사업자 선정을 두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이통 시장에 진입해 저가 요금제로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지난 2010년 첫 선정 심사가 시작된 뒤 7년째 적격 업체를 단 한 곳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통 3사로 고착화한 국내 시장의 건전화와 경쟁 제고 측면에서 제4이통의 출현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제4이통의 통신망 구축은 '중복투자'에 지나지 않고 차라리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생태계를 기존 통신사와 함께 조성할 업체를 찾자는 반론도 커지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통신료 인하·투자 활성화 위한 '필수카드'
●비경쟁 고착화된 통신시장 구조가 문제
●알뜰폰 저가 기기·한정적 요금… 근본 대책 못돼
●신규 사업자 진입이 경쟁 활성화 최고 방안
지난 1월 2010년부터 일곱 차례나 추진됐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무산됐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3개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를 참여시켜 경쟁촉진을 통해 이동전화 요금인하 등 소비자의 이익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망 투자 등을 통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여사업자 모두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과 실현 가능성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4이동통신을 통한 경쟁 활성화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을 실망시켰다. 어쩌면 제4이동통신 선정 시도를 이제 접을 때도 됐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다시 국내 이동통신 시장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제4이동통신을 쉽게 단념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애초 정부가 신규 사업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던 그 원인, 비경쟁적이며 고착화한 통신시장이 여전히 소비자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이통사 간 시장 점유율이 5(SK텔레콤)대3(KT)대2(LG유플러스) 구조로 고착화하면서 통신사들이 마케팅과 단말기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증대를 통한 매출 극대화에 지나치게 매몰된 상황이다. 가격·서비스경쟁은 뒷전이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점을 낳았고 대리점과 판매점을 중심으로 허위·과장광고, 기만적인 판매방법 등으로 인한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도했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결합상품은 방송과 인터넷은 공짜'라는 과장·허위 광고로 이통사들은 최근에도 정부 제재를 받았다. 빠른 휴대폰 교체주기는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을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측면으로만 본다면 통신 과소비나 가계통신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신규 통신 사업자가 출현해야 할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계속 선정이 무산된다는 이유로 '그만하자'고 하는 것은 그저 포기일 뿐이다.
통신시장은 혁신이 있어야 발전하고 혁신은 경쟁 상황을 통해 발생한다. 경쟁상황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규제보다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는 다양하지만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통한 구조적인 변화는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제4이동통신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컸다.
제4이동통신보다는 알뜰폰 사업 활성화가 더 현실적이라며 제4이동통신 대안으로 알뜰폰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말 우체국 판매를 중심으로 '0원 요금제'를 출시하며 하루에 6,500명 남짓한 알뜰폰 가입자가 몰렸고 가입대상도 20~40대가 가입자 중 절반을 차지하며 시장의 확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알뜰폰은 선불 요금제나 데이터보다는 음성 위주, 저가 단말 중심 상품으로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정보통신의 허브로서 모바일 기기의 활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향후 데이터 중심의 알뜰폰 확산을 위한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알뜰폰 시장조차도 통신 3사 계열 자회사들이 들어와 시장을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유하자면 알뜰폰은 기존 이통사의 망 인프라를 빌려 쓰는 '소매' 업체다. 소매업체 수를 늘리는 것은 도매(이동통신망 사업자)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알뜰폰은 알뜰폰 정책 나름의 장점과 서비스 개발, 차별화로 통신시장 변화를 이끄는 부수적인 정책으로 이끌어 감이 좋을 것이다.
제4이동통신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입장이 공존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은 그 자체만으로 고착화한 시장 환경에 변화를 줌으로써 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4이동통신의 등장으로 '경쟁'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및 소비자 후생의 증진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이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계속 되새기며 '새로운 경쟁 환경의 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주기 바란다.
반대-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중복투자 대신 IoT 전용망 구축할 때다
●網 구축, 투자 아닌 비용…산업발전 도움 안돼
●새로운 경쟁자보다 상호보완할 사업자 필요
●IoT 서비스 각광… 최적 네트워크 중요성 커져
이미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3강 구도'로 굳어져 버린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일 것이다. 특히 재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 규모의 망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신규 사업자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핵심은 모든 지역에서 무결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며 또한 유지 보수에도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이런 형태의 비용은 중복투자로 볼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중복투자는 국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자 간의 경쟁 유도를 통해 통신료를 인하하겠다는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충분히 통신료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과당 경쟁으로 막대한 영업 비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기술 투자에도 인색해 이동통신 강국의 사업자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기술적으로 안정화돼 있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장비 공급이 가능한 LTE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는 2020년으로 예상되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상용화를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서 구축되는 또 하나의 LTE 네트워크는 기존 사업자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적정한 투자 규모로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이 가능한 시장 구조가 그려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선정은 매우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사업자가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효율적인 시장 구조를 제시하기 어렵고 사업자들 간의 비생산적인 시장 경쟁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선정은 경제적이나 기술적으로나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본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사업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네트워크로 경쟁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새로운 역무에 적합한 통신망을 구축함으로써 기존 사업자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자일 것이다. 현재 IoT 서비스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이통사업자들은 그 사업성에서 매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그로 인해 관련 생태계의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기존 통신망 투자비에 비해 IoT 서비스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특히 전송 데이터 양이 많지 않고 빈번하게 망에 접속할 필요 없는 IoT 장치들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현재 구축된 이동통신망은 광대역 전송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요구사항을 잘 만족할 수 있는 저전력의 광역 IoT 전용망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기지국 장치가 매우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으므로 낮은 투자비로 망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와 같이 IoT 서비스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자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역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신규 사업자 선정을 통한 IoT 서비스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즉 LTE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존 사업자들과 동일한 역무에서 경쟁함으로써 비롯되는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기존 사업자들과 상호보완적이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IoT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신규 사업자의 역무 범위와 재무 심사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파수 할당 및 용도 변경 등의 정책적 제도 정비도 수반돼야 하겠으나 IoT 서비스라는 특정 역무에서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통신 기반 강화와 신산업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