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 골목상권 상생안 내야 대형마트 허가

전승우 동국대 교수
서용구 숙대 경영학 교수

서울시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 골목상권과 상생하지 않는 대형마트나 복합 쇼핑몰에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대형유통기업이 대규모 점포를 새로 지을 때 착공 전부터 규모 조정 및 판매품목·가격대 차별화 등 상생방안을 충분히 내놓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기본조례를 오는 5월 제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업체가 상권영향평가를 하고 이에 따른 협력 계획을 개설 등록 1개월 전에 내면 된다.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측은 건축허가와 상생안을 연계시키는 것이 상위법과 충돌할 수 있고 대형마트를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아 출점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유통혁신을 막고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찬성 측은 공정한 상권영향평가를 통해 중소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전승우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공정경쟁 환경 구축… 골목상권 자생력 높여

●의무휴업일 지정같은 단순 규제 실효성 적어

●제3자 서울시의 상권 분석으로 객관성 확보

●주력 품목 차별화 등 자구책 마련 기회될 것


지난 11일 서울시가 상생의 동반성장,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노동의 존엄성 보장 등 3개 실천과제 영역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에 포함된 과제 영역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대형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의 상생을 위한 협력 지원 방안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새로운 점포를 출점하려는 대형마트는 시가 제시하는 주변 상권에 대한 영향 평가를 토대로 주변 상권과의 상생방안을 내놓아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서울시가 직접 주변 상권의 영향을 분석하고 대형유통업체와 함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겠다는 방침은 무척 고무적이다. 즉 보다 객관적인 상권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지난해 9월 유통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현행법상 대형마트 등록을 위해 제출하게 돼 있는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주체가 유통대기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 상권의 기존 사업자를 고의적으로 누락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서울시 정책은 기존 의무휴업일 지정과 같은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단순 규제를 넘어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실효성 비판에 대한 발전적 대안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서울시의 정책이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행에 있어 주의해야 할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반면교사로 4년여 정도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빠진 오류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대 주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전통시장 휴무일과 동일하게 지정돼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키거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통한 반사이익이 전통시장이나 해당 지역 소상공인에게 흡수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휴무일을 추가 지정하거나 일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로 옮기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인 제도의 실패만을 살펴보느라 제도의 원래 목적을 망각한 경우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이 규제 자체만을 위한 조례에 머무르지 않고 그 본연의 목적인 유통대기업과 중소자영업자의 상생을 도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근본적인 힘의 차이를 가진 두 플레이어가 게임을 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실행되는 규제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선 힘이 약한 중소상공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고 다음으로 이 제도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정 시간 동안 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상생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여러 정책이 유통대기업 쪽의 선의에 기대거나 이들을 단순 규제하기 위한 방안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자영업자들을 조직화하고 자체적 노력을 촉구할 수 있는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 개별 전통시장이 가진 고유한 특징과 장점을 계발하고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위생문제를 개선, 카드 사용 등 소비자 편리성을 확충하려는 중소자영업자들의 노력에 대해 보상해주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마트에도 단순한 법적 규제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상생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논의돼야 한다. 이번 정책에 포함된 예시대로 대형마트 스스로 주변 상권의 주력 품목과 겹치지 않도록 공산품·육가공품 위주로 판매 품목을 조정하거나 가격대를 차별화하는 방법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형마트가 건축허가를 받기 전 제시하는 상생방안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실제로 영업을 시작한 후 상생방안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등 상생방안 실행 평가에 관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절차와 위반시의 엄격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반대-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옴니채널 시대에 역행, 시장만 왜곡시켜

● 소매업체간 경쟁·신업태 창조 가로막아

● 지구촌 쇼핑시대… 관광 인프라 활용을

● 낙후지역 일자리 창출·상권 활성화 기회로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경제민주화 정책 가운데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명분으로 대형유통업체 출점시 상생방안과 상권영향을 평가해 상생 부적합시에는 건축허가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은 후한서의 사자성어 '화호화구(畵虎畵拘)'를 떠오르게 만든다. 화호화구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못 그리면 도리어 개와 비슷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이 시장왜곡만 발생시켜 용두사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점의 출점 자체를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전환하는 조례 개정은 지난 30년간 한국 유통산업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다소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위법과의 충돌 등 위법논란은 별도로 하더라도 매장의 출점 결정을 시장(市場)이 아닌 시장(市長)이 한다는 것이 시장경제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 유통산업은 1988년을 시작으로 줄곧 개방과 경쟁 정책을 통해 발전해왔다. 2010년 이후 도시 상권이 성숙하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가 도입되기는 했으나 치열한 경쟁의 결과 현재는 대형마트·TV홈쇼핑·모바일쇼핑·면세점·편의점 등의 소매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 라이프스타일과 유통 혁신에 기여한 대형마트를 일방적인 희생양 삼아 출점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대형업체의 신규 출점을 통제하는 조치는 소매 산업 발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중소상인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소매업은 매장이 혁신 제품이다. 매장의 개성, 판매품목·영업시간·판매방식·판매가격 등의 요인을 섞어 신업태를 창조하고 업체 간 경쟁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매업태 간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바로 이 점이 제조업과 다른 점이다. 대형마트와 복합 쇼핑몰의 출점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중소상인들의 반사이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옴니채널 유통혁신 시대를 맞이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 간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서울 시민은 전통시장과 중소매장을 가기보다는 모바일 기기나 스마트픽업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스마트 쇼핑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 비행기 주차장에서 시작한 프라이스클럽이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기업으로 발전한 실험 자체를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대형마트 출점이 주변 상권 소매업체 사업자 수와 종사자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도 불명확하다. 대형매장 출점시 인근 소매점들이 폐점하지만 이들이 연합하거나 주변에서 다른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보고되는 실증 연구도 많다. 상권은 동물이다. 서울시에서 대형마트 출점이 불가능해지면 복합쇼핑 아웃렛몰과 대형마트가 서울시 인근 경기도 일대에 초과 공급돼 불필요한 교통 비용과 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와 로비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민의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것이다. 대형 유통점이 해당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순기능도 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바야흐로 소매 유통의 세계도 글로벌 경쟁과 지구촌 쇼핑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직구와 방문객 경제(visitor economy)가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대형매장이 쇼핑 관광의 인프라임을 지적하고 싶다.

영국 런던에서는 낙후된 구도심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글로벌 유통업체인 테스코 대형마트를 핵심점포로 활용해 공공주택과 피겨 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공공 문화체육시설을 복합 개발하는 쇼핑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해당 지자체, 해당 지역 주민과 장기간 협의를 통해 지역 주민 우선채용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도심재개발 사업에서 낙후 지역을 변화시키는 '트로이의 목마'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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