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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의 영광을 재현한다. " 18일 부산시 강서구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 들어서자 출고를 앞둔 3,300여대의 SM6가 고객 인도를 앞두고 줄지어 서 있었다. SM6는 이달 초부터 시작한 사전예약 이후 계약대수가 6,000여대 달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3월 초 정식 출고를 앞두고 하루 200대씩 차량을 생산하다 보니 부산공장 생산직원들은 최근 몇 년 새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체 공장에서는 30대의 로봇이 7개 차종의 강판을 연신 불꽃을 튀기며 용접하고 있었다. 하나의 라인에서 서로 다른 차종의 차체를 만들어내는 이 공장만의 최첨단 장비다. 조립 라인에서 완성된 7개의 차종은 형형색색의 각기 다른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유일하게 라인 하나에서 7가지 차종을 생산한다. 줄지어 서 있는 차량 가운데 유독 'SM6' 비중이 높다. 'SM6' 주문량이 늘다 보니 부산공장 시간당 생산량은 2012년 50대에서 2014년 말 56대, 올해 60대로 상승했다.
이기인 제조본부장(전무)은 "'SM6'는 지난 2001년 르노삼성의 최고의 히트작 '1세대 SM5'가 현대차의 '쏘나타'를 제친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차"라면서 "초반 열기가 뜨거워 르노삼성의 연간 생산 목표치를 2만대 높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등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저조한 내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이렇다 할 신차가 없다 보니 수입차 공세와 국내 업체들의 선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르노삼성의 올해 생산 목표는 23만대. 당초 목표인 20만9,000대보다 상향 조정됐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SM6'의 호응의 예사롭지 않다. 30년 넘게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면서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이끌고 있는 이 본부장이 "은퇴 전 마지막 히트작이 될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회사 전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지만 품질은 타 공장과 비교해 뛰어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세계 46개 공장 가운데 지난해 3위를 달성할 정도로 생산성, 원가 등에서 앞서 있다. 2014년 19위를 달성한 것과 비교해 눈에 띄게 순위가 높아졌다.
생산한 차량을 전량 수출하는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르노삼성의 생산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SM6'를 생산하기 전까지 부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의 70% 이상이 닛산 '로그'였다. 르노삼성이 내수에서 부진한 동안 회사를 먹여 살린 효자 차종이다. 'SM6'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로그'의 비중은 50%까지 줄었고 이를 'SM6'가 채웠다. 유럽에서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왔지만 차에 장착된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엔진부터 세밀한 부속까지 국내에서 생산해 조달하다 보니 주변 2·3차 협력업체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SM6' 내년 초 중동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수출된다. 'QM5'의 후속차종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올해 출시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는 수입차와 국산차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차량"이라면서 "SM6 덕분에 부산공장에서 일하는 2,400명의 직원들은 르노삼성의 부활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