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파견법개정안 수정논의를 보며

사내도급 규제 해외 유례 없어

현실 도외시한 수정안으로는 양질의 파견 일자리 창출 요원

김희성 강원대 교수

오늘날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실수요 부합에 있고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도 이들 여건을 고려하면서 보완책으로 차별시정 등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현행과 같은 제한적 비정규직 대책은 고용창출과 근로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선진 산업국가 중 가장 엄격한 규제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파견근로의 활용과 보호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파견근로가 고용창출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는 여러 선진 사례에 따라 파견근로 사용을 유연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9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새누리당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이러한 정책방향에 근접해 있었다. 개정안은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뿌리산업, 즉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로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으로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과 같이 파견이 완화될 경우,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평균 약 1만2,000명의 인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과 정부는 노동개혁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의 반대가 심한 파견법 개정안 수정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뿌리기술 활용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되 대기업 (사내) 협력업체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파견은 금지한다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정안은 매우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뿌리산업은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수정안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기업 외부의 광역적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 규모의 뿌리기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한다면 당초 법안이 목표했던 파견 대상 업무 확대를 통한 양질의 파견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제조경쟁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사내도급은 적법성 여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사용금지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오늘날 사내도급은 제조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뿌리산업은 기술력이 뛰어난 선진국에서도 제조업의 근간으로 삼고 지속적인 인력 육성에 힘쓰는 분야임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그리고 파견을 허용하려는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중견중소기업에 생산물량의 유동성이 ㅂ매우 높아진 상황이며 이미 하나의 사업군 내지 업종군으로 생태계가 구성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내도급을 포함해 거래협력 업체가 파견근로자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하고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기술력 보존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파견근로자 입장에서도 업무능력 향상과 안정적 일거리(일자리) 확보 측면에서 보면 보다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기회를 막는 것이다. 해외 입법례에서도 기업 규모 및 생산방식과 연계해 파견허용 업무를 규제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고용형태에 대한 규제가 없는 해외 경쟁국은 유연화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응하며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을 축소·제한하는 수정안은 본래의 파견법 개정안의 효과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기업의 탄력적 인력운영을 통한 고용창출 내지 증가라는 당초 노동개혁의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 파견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야 기간제 법안 철회로 무색해진 노동개혁의 취지를 그나마 살리고 미래세대의 일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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