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살이도 개인의 살림살이와 똑같아서 매년 빚만 키워가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4년 만에 세수 펑크를 벗어나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충당부채 규모가 크게 줄었는데도 적자폭을 키웠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며 효과도 없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탓이 크다. 그렇게 해서도 성장률 3%는 맞추지 못하고 나랏빚만 늘렸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으로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8%로 OECD 평균치(115.2%)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에서 제외된 공기업 채무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을 수자원공사가 맡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그동안 국회의 예산안 심의 등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을 우회로로 활용해왔다. 그런 결과 지난해 6월 말 기준 30개 공기업의 채무 규모는 373조6,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복지지출 규모는 고령화 속도에 맞춰 급증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재정건전성 강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우선 유사·중복사업 등 비효율적으로 재정이 집행돼 새나가는 부분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지출에 앞서 재원조달 방안을 강제하는 페이고 원칙도 도입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재정지출·국가채무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운용목표를 규정하는 재정준칙이 정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