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더 개인주의화해갈수록 사랑이 소속감과 구원의 궁극적 원천으로 계속 격상될 것을 우리는 더 기대할 수 있다. 서양 우상들의 황무지에서, 오로지 사랑만이 무사히 살아남는다.”(23p)
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대단한 찬사를 받는단 말인가. 하지만 사랑이 무엇이냐는 물음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다. 우리 중 누구도 사랑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으며 설령 한다더라도 그것은 제각각 다를 가능성이 높다. 사랑이 아름답거나 추하며 선하거나 악한가 하는 것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사랑의 중요성은 불변했지만 이 감정에 대한 인류의 해석은 변해왔다. 책 ‘사랑의 탄생’이 집중하는 것은 그 지점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 욕망과 헌신의 힘이 우리가 ‘서양’이라고 부르는 특정 문화집단에서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해석되어왔는가에 관한 이야기. 말하자면 사랑의 역사이자 사랑의 문화사인 셈이다.
저자는 2000년 서양 사상사를 넘나들며 옛 철학자들이 말하는 ‘사랑’이 공유하고 있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점의 차이를 성실하게 탐색한다. 짧지 않은 여정 끝에 저자가 도착한 ‘사랑’의 본질이란 ‘무너뜨릴 수 없는 삶의 기반에 대한 희망을 우리 안에 일깨우는 사람과 사물들에 느끼는 황홀’이다. 사랑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이 세계 안의 삶으로 뿌리내리려는 ‘존재론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