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구조조정 추진과 관련해 ‘제2의 동양그룹 사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두 회사의 공모채 보유·판매 현황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동양그룹 사태 때는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의 부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불완전 판매로 1조원 이상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모든 증권사에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공모채 보유 잔액과 판매 현황 자료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공모채는 금융사의 창구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채권이어서 개별 증권사와 투자자의 보유 현황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공모채 발행 잔액은 각각 8,040억원과 4,568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두 회사의 회사채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보유 비중을 절반 수준인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공모채 보유·판매 현황 조사에 나서는 것은 투자자들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상선(011200)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 원금과 이자 상환을 3개월 동안 유예 받았다. 한진해운(117930)도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비슷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투자자가 원금 일부를 까먹거나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액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증권사에서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 공모채 판매 현황 취합이 끝나는 대로 투자자의 피해 수준에 따라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공모채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를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 공모채를 발행하려면 금융당국에 별도의 신고서를 내게 돼 있는데 기존 제출 서류에 투자위험 요인 등이 명시돼 있는지를 금감원에서 재차 살펴보게 된다. 아울러 증권사의 창구에서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공모채가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판매됐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117930)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12년부터 연 5% 이상의 고금리 회사채를 연달아 발행할 때 발행 주관을 맡은 일부 증권사가 미발행 물량을 떠안은 뒤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증권사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공모채를 판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해운사의 경영난 문제가 2011년부터 시장에서 지속해서 언급됐던 만큼 동양그룹 사태처럼 계열 증권사가 몰아주기 식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증권사의 개별 창구에서 투자위험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공모채를 팔았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