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된 모델 방은미가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26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행복’은 만신 방은미와 그의 어머니 정혜숙이 출연해 태국에서 일주일간 여행하는 모습의 전파를 탔다.
10년 넘게 만신으로 생활 중인 방은미(43)는 1992년 모델센터 1기생 출신으로 이기린, 박영선과 같은 런웨이에 서기도 했다. 20살, 부모님의 이혼 후 집안의 가장이 되어 생계를 도맡아온 방은미는 모델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활동을 중단한다.
방은미가 갑자기 모델을 그만둔 이유는 바로 그녀에게 찾아온 신병 때문이었다. 리허설을 하는 도중 쓰러지는 일이 잦았고 무대에 오르면 이명현상까지 생기는 등 말로 설명하지 못 할 기이한 현상에 모델 일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방은미가 결혼한 후에도 계속 되었다. 이로 인해 방은미는 결국 남편과 이혼하게 되고 핏덩이 같은 아기를 안고 집을 나온다. 게다가 아이를 출산한지 4개월 만에 방은미는 하반신 마비를 겪게 되었고 이에 엄마 정혜숙(64)은 딸을 데리고 점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딸 방은미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전신마비로 살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후 방은미는 서른한 살의 나이에 신내림을 받는다.
만신의 길로 들어선지 어언 10년, 무당이 된 방은미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겨두고 일을 봐야 했고 엄마 정혜숙은 아이를 돌보며 방은미의 시중까지 들어야 했다. 딸이 무당이 된 후 자신을 하대한다고 생각한 엄마는 딸에게 선생님이랑 호칭을 쓰면서 존중해주지만 속으로는 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심적으로 가장 의지했던 큰딸이 어느 날 무당이 된 후 달라진 모습이 낯설기만 한 엄마. 자신의 신딸들은 살갑게 잘 챙기면서 정작 엄마인 자신은 언제나 뒤로 밀려나 있는 것 같아 딸에게 늘 서러운 마음뿐이다.
사실 방은미 모친 또한 어린 시절 만화가 문화생으로 그림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부모의 강요로 21세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모친 또한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지만, 남편도 만만찮았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이 사업에 눈을 돌렸고 잦은 사업 실패로 집이 몰락한 것. 정혜숙 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 후 보증금 500만 원의 반지하 월세 방을 얻어 아이 셋과 함께 지냈다. 3남매를 키우는데 전념하며 살아온 세월이 40년이었다.
또 이과정에서 신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이혼 뒤 아이와 함께 찾아온 큰딸 방은미를 보살피기 위해 자신의 삶도 포기했다. 이른 나이에 이혼 해 주변에서 재혼 권유도 있었지만, 자신을 찾아온 딸을 외면할 수 없었고 딸을 돌봤다. 그럼에도 무시와 하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가뜩이나 방은미는 엄마와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아빠를 엄마의 상의도 없이 집에 들였다. 자신의 가족도 거두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남의 아픔을 돌보는 만신일 수 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부모가 다시 함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엄마 정혜숙 씨는 이 또한 원망스럽다.
결국 방은미는 어머니와 관계회복을 위해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사진=EBS ‘리얼극장-행복’ 방송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