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은 만사가 귀찮고 모든 사람에게 까칠하고 별다른 신념이나 정의도 없는 인물이에요. 주변에 친구 하나 없는 게 포인트죠. 심지어 상대를 고문하고 괴롭히는 걸 내심 즐기기까지 하는 잔인한 친구인데, 그런 사람이 결국 악당들의 손에서부터 마을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 거예요.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갈지 진짜 궁금하지 않으세요?”
4일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에 주연인 홍길동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31·사진)은 영화를 설명하는 내내 신이 나 보였다. 한국에서는 거의 최초의 시도라고 할 만한 만화적 히어로 영화라는 점도 특이한데, 그 주인공이 심지어 안티히어로(반영웅·도덕적으로 나빠 영웅답지 않은 영웅)다. 그 신선한 느낌에 연기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 더욱 마음에 든단다. “시사회 때 저도 함께 봤는데 그냥 이대로 이 영화의 속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대로 이 이야기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쉽고, 홍길동뿐 아니라 황 회장 같은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요. 만약 시리즈화가 된다면 이 영화는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비긴즈’ 같은 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탐정 홍길동이 개인적 복수심에 불타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 분)을 찾고, 그 복수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숨겨진 악당들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으로 이번 ‘사라진 마을’의 이야기는 훌륭히 완결되지만, 스크린 속에서 생생하게 숨 쉬던 ‘홍길동’과 ‘황 회장(고아라 분)’ 등의 캐릭터는 이번 한 번만 보고 끝내기엔 아쉬운 측면이 많다. 특히 홍길동의 경우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 넘쳐난다. 악당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하게 굴다가 어린 소녀가 슬며시 잡은 손의 온기에는 더없이 깜짝 놀라고, 수시로 각성제를 삼키지만 달콤한 캐러멜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온갖 신분증을 다 가지고 다니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독특한 영웅.
물론 너무 독특한(?) 나머지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조금은 있었다고 한다. “캐릭터도 캐릭터인데, 영화의 장면이나 배경을 보시면 진짜 새로운 느낌이거든요. 홍길동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걸 보면 할리우드의 필름 누아르나 하드보일드 장르처럼 보이는데 배경은 또 강원도 산골 마을 어디쯤 같고. 인물들이 내뱉는 말은 무슨 만화 대사처럼 들리기도 해요. 이 이질적인 세계에 거부감을 느끼시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반응을 보니 도리어 신선하다는 평이 많아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흥행의 불안 요소는 딱 하나, 절찬리에 상영 중(?)인 마블의 대형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다. 물론 부담은 되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 배우는 말했다.
“우리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해볼 만한 것 같아요. 분명히 관객들도 이런 색다른 한국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을까. 극장에 오셔서 확인해주신다면 정말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