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이날 박철규 부사장 주재로 팀장급 이상 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사업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당초 통상적인 사업전략회의라고 공지한 뒤 현장에서 사업점검회의임을 밝힌 것. 사업점검회의는 사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는 회의로 지난 2012년 시작돼 부정기적으로 이어져왔다.
이날 회의에서 공개된 구조개편안은 오로지 효율성 한 가지에 방점이 찍혔다. 장수 브랜드건 신규 브랜드건 상관없이 이윤이 남는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이번에 사업 철수 리스트에 오른 곳은 1995년부터 영업을 해온 국내 대표 남성 캐릭터 캐주얼인 엠비오다. 20년 장수 브랜드로 삼성물산 남성복의 간판인데다 매장 수만 70여개, 연매출액 500억원에 달하는데도 수익성 원칙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야심 차게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라베노바도 낮은 수익성으로 출시 1년 만에 사업 중단으로 결정 났다. 두 브랜드는 내년 2월까지 영업한 뒤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로 철수가 예상됐던 빈폴아웃도어는 이번 사업개편에서는 위기를 모면했다.
그동안 산재해 있던 남성복 브랜드는 통폐합을 진행하기로 했다. 로가디스컬렉션과 로가디스그린, 지난해 론칭한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 란스미어 등은 로가디스와 갤럭시로 흡수된다. 앞으로 로가디스는 중저가 제품군을, 갤럭시는 고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빈폴키즈도 단독매장을 버리고 빈폴맨으로 통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비효율 부동산자산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재편과 더불어 삼성물산 패션이 집중할 사업도 더욱 명확해졌다. 이 사장이 애착을 갖고 사업을 추진 중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하반기 서울 명동에 대형 매장을 내고 중국 상하이에도 첫 번째 해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패션의류와 소품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편집숍 비이커 역시 기대주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수입사업이 주력인 비이커는 자체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유통형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경영 내실과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시적으로 체질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사업재편 역시 같은 취지에서 진행된 사안”이라며 “사업의 필요성에 의해 인력의 순환, 재배치는 이뤄지겠지만 인위적으로 인력을 구조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