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조세조약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만들어진데다 법원도 관련 세금 소송에서 ‘미국 특허 사용료에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서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세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서 거둔 IP 수익에 과세할 수 없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약 3조원의 세수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국 기업에 원천징수했다가 돌려줘야 하는 세금과 징수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못 거둘 세금 등을 합치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당국은 올 초 삼성전자와의 특허사용료 관련 법인세 환급 소송 2심 재판 과정에서 세수손실 규모를 3조여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국세청 추산치는 각종 세무자료를 기반으로 했지만 단순히 IP 무역수지만 분석해도 세수손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은행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특허 등 산업 재산권 관련 미국 회사에 지급한 사용료 등은 63억7,000만달러(약 7조3,250억원)에 이른다. 이에 적용되는 한미조세조약상 법인세율이 15%이므로 지난해에만도 세수손실이 1조∼1조1,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이런 세수손실 추정치는 이미 특허수익이 발생한 과거 분에 대한 것인데 우리 기업들의 특허사용료 지출이 매년 급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세수손실 규모는 수십조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1976년 한미조세조약을 체결할 때 다른 나라와의 조약과 달리 ‘사용지 과세’ 규정을 넣어 국내 미등록 특허에 과세하지 못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법원이 조세조약 해석을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내리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벌어가는 돈은 한국 세무당국이 당연히 과세해야 하지만 40년 전에 체결된 한미조세조약 규정, 법원 판결 등 탓에 징수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세조약을 개정하든지 법원이 판례를 수정하든지 긍정적인 변화 없이는 막대한 세수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