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우병우 수석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청와대 춘추관의 기자실로 찾아와 “개인의 가정사와 아들 문제까지 거론돼 매우 고통스럽다. 직접 해명하고 제 심경을 말하고자 왔다”고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김정주에 땅 사달라고 한 적 없다”=우선 우병우 수석은 처가의 강남역 인근 부동산에 대해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 사달라고 한 적이 없다. 김정주는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핵심은 제가 그 땅을 사달라고 했냐 안했냐이고, 이것이 인정된다면 그 뒤의 부분은 일반 부동산 거래에 관한 일이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병우 수석 처가 부동산은 중개업체가 약 10억원의 중개료를 받고 거간했다. 그럼에도 서류는 부동산 중개인이 없는 ‘당사자간 거래’로 돼 있다.
우병우 수석은 여기에 대해 “부동산 거래에서 매도인은 사람은 돈 받고, 등기하는 데 필요한 서류 넘기면 끝이다. 그 뒤의 일은 알지 못한다. 관여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 대체불가 좋은 땅”=이어 우 수석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절친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부동산 거래의 다리를 놔달라고 말할 이유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처가 강남역 부동산은 대체불가능한 땅”이라면서 “그 크기에, 그 위치에, (권리관계도) 깨끗하고 심플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등 사겠다는 곳이 많았고 때문에 누구한테 사달라고 하거나 다리를 놔달라고 할 필요가 없는 ‘좋은 땅’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부동산을 팔았고 장모는 장인이 물려준 부동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많이 울었다”면서 “장모가 불안하니 와달라고 해서 위로차 계약 현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하아~’하는 한숨을 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서는 “1,300억원짜리 계약을, 거래 상대방이 법인이고 한데, 다운계약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몰래변론 한 적 없다”=우병우 수석은 2013년 변호사 시절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변론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운호를 모른다. 모르는 사람 사건을 수임하는 게 말이 되냐”고 일축했다. 법조 브로커 이민희 씨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시절 다룬 모든 사건에 선임계를 냈다고 했다.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한 사건은 8건이라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단 1건이고 주장할 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우병우 수석은 의경인 아들이 복무 두 달만에 이른바 ‘꽃보직’인 서울지방경찰청의 운전병으로 ‘특혜 전출’됐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학 중인 아들에게 (내가) 군대가라고 해서 간 건데 아들의 상사라는 사람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靑 안팎선 “용퇴나 해임이 답”=우병우 수석은 “이제 아침에 보도자료(반박문) 쓰고 오후에 고소하는 짓 그만하겠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며 불필요한 의혹 제기를 멈춰달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검찰서 오라면 가겠지만 가도 모른다, 안했다는 말밖엔 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책임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우 수석의 해명이 모두 맞다고 해도 진경준 검사장 인사 검증 실패만은 그의 벗을 수 없는 책임이다. 그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차명재산, 차명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비상장 주식이 백억원대 대박이 난 기록을 보고도 그냥 넘어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같은 재산형성 스토리는 구조는 누가 봐도 의구심이 생기는 형태다. ‘봐줬거나 제대로 조사를 안했거나’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우 수석이 용퇴하거나 박 대통령이 해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대로 가면 ‘의혹 백화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우병우 사단’이 있다며 인사 전횡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자칫 이 문제는 ‘게이트’급으로 커질 수도 있다.
이날 우병우 수석이 사퇴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지게 됐다. 박 대통령은 7월 말 휴가에서 우병우 수석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