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 가운데 비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병국·김용태·주호영 의원이 단일화 운 떼기에 나섰다. 친박계가 홍문종 의원을 당 대표로 앉히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데 이어 여권의 대표적인 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까지 ‘등판설’이 제기되자 비박계도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병국·김용태·주호영 의원은 25일 오후 비공개 3자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새누리당을 철저하게 고치는 혁신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혁신의 흐름이 멈춰서는 안 된다”며 “그러나 이런 혁신의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세 후보는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방식은 전혀 결정된 게 없지만 단일화까지 염두에 둔 합의문”이라며 “(기탁금을 내고 후보등록을 하는) 오는 29일 이전에 단일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병국 의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박계의 행태나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설(說)이 오르내리는 현 상황은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일화도 생각 중”이라고 거들었다.
비박계 가운데서도 ‘강성 반박(反朴)’으로 분류되는 이들과 달리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어 중립에 가까운 주호영 의원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주호영 의원은 “친박계가 특정 후보 1명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나도 (단일화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당장 단일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에서는 최경환·서청원 의원이 총선 패배 책임론과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등의 이유로 불출마를 택한 가운데 또 다른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홍문종 의원은 27일 서청원 의원 주도로 열리는 친박계 대규모 만찬 회동을 전후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이정현 의원 등 범(汎)친박계로 분류되는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여권 주류와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홍문종 의원이 전대 출마에 나설 경우 친박의 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낙마했지만 인지도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는 김문수 전 지사 역시 대권보다는 당권에 무게를 두고 이르면 26일 전대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인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가 막판 ‘교통정리’에 들어갈 경우 계파 간 1대1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