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는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0.50%인 기준금리를 0.25%로 전격 인하했다. BOE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7년 만이다. 회의에서는 영국 정부채를 사들이는 자산매입규모도 기존 3,750억파운드에서 4,350억파운드로 600억파운드(약 88조1,280억원) 확대하고 추가로 100억파운드를 회사채 매입에 사용하기로 했다. BOE는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중은행에 1,000억파운드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이 뚜렷이 바뀌었으며 브렉시트 투표 이전 예고했던 것과 (경제 상황이) 일치하고 있다”고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BOE는 브렉시트 투표 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으며 카니 총재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최소한 단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BOE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 침체를 막는 역할을 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BOE는 이날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발표하고 오는 3·4분기 예상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니 총재는 “이 예상이 맞을 경우 추가 금리 인하 및 자산매입규모 확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서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BOE가 돈 풀기에 나서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장 초반부터 BOE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1시15분 기준 영국 FTSE 100지수는 전날 종가 대비 99.15포인트(1.49%) 오른 6733.50에 거래됐으며 범유럽권 지수인 유로스톡스50도 2942.14로 1.07%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 후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5%가량 떨어졌다.
BOE가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최근 각종 지표가 악화되는 등 브렉시트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3일 금융정보 업체 마킷과 영국 공인조달공급연구소(CIPS)가 발표한 7월 영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 50을 밑돈 47.4를 기록했다. 이는 6월(52.3)보다 4.9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앞서 1일 공개된 7월 제조업 PMI도 전월보다 4.2포인트 하락한 48.2로 집계돼 두 지표를 합친 종합 PMI는 47.5에 그쳤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위축, 웃돌면 경기확장을 뜻한다. 6월23일 치러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경제가 부진을 겪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7월 PMI가 발표된 후 크리스 윌리엄스 마킷 최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가 올 확률이 더욱 커졌다”며 “모든 분야에서 PMI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영국 경제가 최소한 마일드 리세션(완만한 경기침체)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효과 여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E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에 불확실성이 퍼져 있어 큰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확대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며 주 매입 대상인 영국 국채 가격이 크게 올라 쉽지 않다고 FT는 덧붙였다
BOE의 이번 결정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대적인 통화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량을 두 배로 늘리는 소규모 금융완화를 단행했던 일본중앙은행(BOJ)도 9월 중 엔고 저지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나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 언제든 추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겠다는 방침인데다 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역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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