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엉뚱하게 전 한진그룹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꼬리 자르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한다는 핑계로 한진해운의 지분을 팔고 한진그룹과 계열분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진해운 부실의 책임은 피하면서 한진그룹과 거래관계는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4월 한진해운의 정보 시스템 업무를 맡던 싸이버로지텍과 유수홀딩스를 한진그룹 소속으로 간주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2014년 싸이버로지텍과 한진그룹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은 45%인 370억원 규모였고 유수홀딩스도 매출의 48%인 70억원을 한진그룹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공정위에서 거래 가격이나 조건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지 따져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한다. 싸이버로지텍과 유수홀딩스의 대표이사였던 최 회장에게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공정위 발표 직후인 2015년 5월 싸이버로지텍과 유수홀딩스 등을 한진그룹과 계열분리했다. 특히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남남’이 되기 위해 통상적인 계열분리보다 요건이 엄격한 친족분리를 실행했다. 이를 위해 한진해운 주식 보유를 3% 밑으로 낮췄고 사실상 한진해운 부실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났다.
특히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 전인 4월20일 두 딸과 함께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약 97만주)을 매각해 결과적으로 1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공정위의 권고로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했다”면서 자율협약에 들어갈 사실을 미리 알고 팔았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최 회장이 한진그룹과 계열분리를 하면서 얻게 된 이익은 또 있다. 최 회장이 지분을 가진 싸이버로지텍과 유수홀딩스 등은 남남이 된 한진그룹과 거래를 하더라도 내부거래가 아니므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계열분리 후 한진그룹과 거래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 정보 시스템 유지 관리 업무를 맡고 있고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 사옥을 관리하며 연간 36억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5년 친족분리 당시 3% 이하로 지분을 충족하라는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승인했고 그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공정위 핑계를 대면서 매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시 친족분리 배경에는 최 회장이 부실경영으로 망가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면서 완전히 선을 긋기 위함이었지 공정위의 강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