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창덕궁 앞 일대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400여 년 서울의 다양한 역사가 압축돼 있는 지역인 만큼, ‘역사인문재생’이라는 접근방식을 도입해 재생한다고 26일 밝혔다.
이곳은 정치·역사·문화·공간적 측면에서 한양도성 한복판이란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지만 현재 낙후돼 정체성이 모호해진 지역이다.
공간적 단절은 1928년 일제에 의해 창덕궁 앞으로 율곡로가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1967년에는 강남과의 연결을 위해 삼일대로가 확장되면서 인사동과 단절이 일어났다. 1968년 낙원빌딩이 들어서면서 단절이 심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역사적 정체성 강화를 위해 1990년대부터 다수의 계획이 수립됐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시는 이 일대를 돈화문로(조선시대), 삼일대로(근대전환기), 익선∼낙원(근·현대), 서순라길(현대) 등 4개 길로 구분,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을 시행키로 했다.
조선 시대 전국 도로망의 기점이었던 돈화문로는 왕의 행차가 많았던 거리다. 이 곳을 차 중심도로에서 보행중심거리로 바꾼다는 게 서울시 복안이다. 이를 위해 ‘가(街) 꿈 가게 지원사업’이라는 개별점포 리모델링 지원 등을 통해 돈화문로에서 창덕궁으로 가는 경관을 개선할 계획이다. ‘가 꿈 가게 지원’은 민간건축물 저층부를 대상으로 역사 이야기를 살린 옥외광고물 및 상품 전시, 상품개발 및 홍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3·1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삼일대로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우선 3·1운동의 거점이었던 탑골공원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원형복원 한다. 역사가 깃든 주요 장소에 빠짐없이 표석을 설치하고,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바닥에 표시해 생생한 역사를 전할 계획이다.
또 3·1운동 전개과정을 몸소 느끼는 탐방 루트를 만들어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 증강현실(VR) 등을 개발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는 이 같은 계획을 3·1운동 100주년인 오는 2019년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익선∼낙원에 이르는 지역은 조선왕조가 해체되던 당시 궁궐에 있던 기녀들이 저자로 나와 궁중요리, 한복, 음악 등 다양한 궁중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린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다. 이 곳은 신흥문화 재창조 공간으로 변모한다.
시는 우선 낙원상가에 옥상공원과 열린무대를 만들고, 어두침침한 하부 공간을 개선해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낙원상가 하부와 연결되는 돈화문로 11길은 자유롭게 거리공연(버스킹)이 펼쳐지는 대표적 음악 거리로 조성한다.
귀금속타운이 밀집돼 있는 서순라길은 귀금속 공예와 문화, 사람이 공존하는 ‘창작공예거리’로 바뀐다.
이를 위해 지난해 문 연 주얼리 비즈니스센터 1관에 이어 내년 3월께 2관도 추가로 문을 연다. 센터가 주관하는 ‘서울핸드메이드마켓’과 연계해 젊은 금속 공예인과 기존 귀금속 자원이 어우러지는 금속공예 플리마켓 ‘반짝’과 같은 서순라길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에 앞으로 총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특히 계획수립부터 추진,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주민 거버넌스 중심으로 추진해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