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5명의 대통령 중 4명은 임기 말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정당을 떠났다. 유일한 예외인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 내내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으로부터 강한 결별요구를 받아야 했다. 여당은 인기 없는 현직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유지시키고 싶지 않아 했으며 대통령 역시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당에 적(籍)을 계속 둬야 할 명분이 갈수록 약해지면서 ‘잔혹사’와 같은 대통령의 탈당은 되풀이됐다.
첫 사례는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민주자유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 후보가 노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SK그룹의 이동통신허가문제와 선거관리 중립내각을 요구하면서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결국 대선 3개월 전인 1992년 9월 노 대통령은 민자당을 떠난다. 딱 5년 후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이 키운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지원과 김대중 비자금 수사유보 결정에 반발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대선 한 달 전인 1997년 11월 신한국당을 탈당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2002년 5월 자신의 세 아들에 대한 비리 연루의혹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함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다. 김 대통령은 탈당 요구를 받지 않았으나 “전·현직 대통령들의 하신 길이 왜 그리 비슷한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 지지율이 급감하자 열린우리당의 친노파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의 탈당 요구를 받고 2007년 2월 탈당한다. 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두 번이나 당적을 바꾼 대통령이 됐다.
새누리당이 최순실 파문 수습방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우리 헌정사에 유일한 거국내각이 1992년 노태우 대통령 탈당 후 만들어진 현승종 내각이라는 점에서 이 제안은 박 대통령 탈당을 전제로 깔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를 하는 집권당의 ‘꼬리자르기’ 식 정치를 다시 보는 국민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