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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청와대 주사제 구입 상식밖.구입량 너무 많고 의학적 효능 입증 안돼"

청와대, 녹십자에서 마늘주사 등 2,000만원어치 약품 구매

의료계는 최근 2년 동안 태반 주사, 감초 주사, 마늘 주사 등 미용 관련 주사제가 청와대에 대거 납품된 데 대해 “의학적으로 상식 밖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이들 ‘비타민 주사제’가 누구에게, 어느 정도 양이 처방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구입량이 지나치게 많고 의학적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비타민 주사제는 여성의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영양주사로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주로 처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잔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어 태반주사라고도 불리는 ‘라이넥주’를 3차례에 걸쳐 74만2,500원어치(150개)를 사들였으며 피로해소에 효과가 있어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는 2차례에 걸쳐 35만6,400원어치(100개)를 구입했다. 또 노화방지와 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어 일명 마늘주사로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는 27만5,000원어치(50개)를 사들였다. 미용 주사제로 알려진 의약품만 총 137만3,900원 어치를 구입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비타민 주사는 의학적 효과 논란 등으로 대학병원 등에서 잘 쓰지 않는 제품들이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태반주사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010년 태반주사 관련 문헌을 분석한 결과, 관련 효능에 대한 학술적 근거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객관적인 효능·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주사제를 환자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놓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가 면역제의 일종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를 총 4차례에 걸쳐 50만3,000원어치(11개)를 구매한 데 대해 구입 용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품은 중증 감염, 혈액질환 등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쓰인다. 청와대에 중증 질환 환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면역 증강을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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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제품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씨 이름으로 대리 처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관련된 녹십자 제품이라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 원장은 차움의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2월 녹십자아이메드로 이직했으며 현재는 녹십자 의료재단 측에 사의를 표한 상태다. 청와대가 녹십자 약품을 구매한 시기는 2014년 3월부터 올 8월까지로 김 원장이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장으로 재직한 시기와 거의 겹친다.

녹십자는 연이은 악재에 곤욕스러운 모습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청와대에 납품된 녹십자 제품은 도매상에서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납품 사실이나 납품량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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