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계약·부동산 중개서비스 시장 개방 등 부동산 중개업과 관련한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정작 전국 9만6,000여명의 공인중개사를 대표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반년이 넘도록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산적한 현안을 두고 서로 대화를 하며 협조를 구해야 할 양측이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의 시급한 현안들의 얽힌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는 지난 4월 황기현 공인중개사협회장의 취임식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협회를 만나지 못했다. 김상석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중개업과 관련한 현안들이 많아 협회 회장단과 대의원에 끝장토론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국토부와 협회의 교류가 장기간 단절된 이유 중 하나는 협회 내부의 갈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회장 선거 이후 지부장 선거와 관련해 협회 내부에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협회장의 경우 권한이 막강해 매번 선거 이후 매번 잡음이 발생했다. 실제 이번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직무정지 가처분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선거무효소송은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공인중개사협회 측은 “협회장 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 협회의 일과는 무관하며 국토부와 소통이 단절된 것은 협회 내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국토부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토부와 협회 간의 대화가 끊기면서 정작 협회 회원들에게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동산 중개업계는 △전자계약 △부동산 중개 선진화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내 부동산 중개시장 개방 △변호사들의 중개업 진출 민감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주로 소규모 사업자들이 협회장을 맡다 보니 전체적인 시각에서 부동산중개업과 협회 일을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이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협회장 선거가 끝날 때마다 이권 다툼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업계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기·정순구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