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와 자신의 임기 시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차 대국민담화에서 정치권이 줄기차게 요구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한 답을 피한 채 국회로 공을 돌렸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상황을 지켜본 뒤 자신이 나설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통령 담화는) 개헌이든 아니든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일정과 방법을 따르겠다는 것으로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추천 총리에 전권을 넘긴다고 봐도 되느냐’란 질문에 “지난번 우리가 국회에 총리 추천을 희망했고 추천하는 대로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결정한 사안은 수용한다고 말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시점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국회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일축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거취가 박 대통령 자신이 아닌 국회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국정 운영 권한도 명확히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거취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반발이 거셀 때마다 ‘국회 결정에 따른다’는 일관된 해법만 내놨다. 김병준 카드가 야권의 반발로 불발되자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총리 후보자를 여야 합의로 추천해 달라”며 공을 돌렸다. 총리 권한·퇴진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대통령 담화-정치권 반발-담화’만 반복됐다.
정치권에서는 한때 탄핵안 발의가 임박한 만큼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서 ‘총리에게 권한 이양 후 순차적 퇴진’이란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박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비박계 일부에서는 “임기 시한을 정하지 않고 퇴진하겠다고 하면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있는 거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꼼수’로 규정, 임기 단축 협상에 나서지 않기로 합의했다. 청와대의 흔들기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권과 일부 비박계의 반발에 당혹스러워하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