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매일 아침 열리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도 아무런 이유 없이 취소됐다. 전날 이뤄진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 참여 결정에 대한 당혹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청와대가 어떤 중대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 브리핑이 생략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이전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을 지켜만 볼 가능성은 낮고 가결을 막기 위한 마지막 호소를 하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언론과의 회견을 추진했으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4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다시 서는 것은 오히려 국민 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대신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광옥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곧 퇴진 시점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말에 물러나겠다고 밝히더라도 9일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이들의 마음의 돌리기 위해서는 4월 30일보다 이른 시점을 퇴진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특검 활동 기간인 3월말 이전 퇴진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묘수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탄핵일까지 침묵하면서 이탈표를 이끌어 내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