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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야]<1>근혜씨는 왜 ‘이 작품’에 빠졌을까(해설서)

AM10:30 청와대에서 50m 남짓 떨어진 공근혜 갤러리.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시국에 서울경제신문의 기자들은 왜 미술관을 오게된걸까?



▲‘이미지의 신’이라 불리는 어윈 올라프 작가


어윈 올라프(57)는 90년대 광고·예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장이다. 음 저같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작가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세요.

유럽의 미술사를 따지고 보면 유명한 작가들이 손재주가 좋은 작가들이 플랑드르 출신인데 플랑드르가 어디냐면 오늘날의 네덜란드 지역이에요. 특히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유명인사들의 죽음을 담고 있어서죠

여기서 부터 작품을 보면, 율리우스 시저가 브루투스에 의해서 암살당했죠. 그 칼,

시저가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요? “브루투스 너도냐” 라고 그의 충성심을 믿었는데 배신을 한 것에 충격을 받아 한 말이죠.

▲권력의 비극적 종말을 그린 ‘로얄블러드(2000)’

‘저~기 블루하우스(!)에 있는 그 분이 떠오르는데 …’



로얄블러드(2000)시리즈/사진=공근혜 갤러리로얄블러드(2000)시리즈/사진=공근혜 갤러리


로마의 지배자가 됐으나 공화정 옹호파의 칼에 찔려 죽은 줄리어스 시저, 제정 러시아 말기 비선실세였던 수도사 라스푸틴의 후원자로 러시아혁명 때 총살당한 알렉산드라 황후,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 연작이 벽에 나란히 걸렸다. 왕족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진주색 옷과 뽀얀 살결 위로 흐르는 붉은 피가 처연하면서도 아름답다. 겉으로 보면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이 속에 담긴 내용은 ‘폭력에 의한 권력자의 종말’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펼쳐진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 대비되는 가운데 한 때 포털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러시아판 비선실세 주인공인 라스푸틴의 그림도 눈에 띤다. 요승에게 휘둘려서 결국 총살을 당한 러시아 황후 알렉산드라를 표현한 이 작품은 더없이 블루하우스에 있는 그 분이 문득 문득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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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전시회는 지금 우리나라 현 정세를 알고 전시를 한걸까?

‘로얄블러드’시리즈는 2000년에 발표한 작품들로 당시 공근혜 갤러리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당시엔 이러한 사태(!)가 없었기 때문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전시를 오픈할즈음 충격적인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수백만 촛불집회도 계속됐다. 전시를 앞두고 마침 한국을 방문한 어윈 올라프 작가는 직접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가 생생한 현장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았다고 한다. (본 영상에서 촛불집회 사진 최초 공개!)

▲절망 끝에서 희망을 담아낸 ‘베를린-클래르켄스 무도회장’시리



베를린-클래르켄스 무도회장/사진=공근혜 갤러리베를린-클래르켄스 무도회장/사진=공근혜 갤러리


축 늘어진 가슴을 가까스로 쓸어담은 속옷 차림의 세 여인이 앉아있다. 이들은 20세기 초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절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독일 베를린 유흥가의 창녀들이다. 반벌거숭이 늙은 창녀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당시 유럽에서 인기였던 일본 게이샤 문화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화면 중앙에 서있는 어린 소녀다. 이 작품은 사창가에 눌러앉은 늙은 여인들과 어린 소녀의 젊음을 대비하면서도 당장이라도 계단을 걸어올라 이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늙음과 젊음 뿐 아니라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윈 올라프의 ‘베를린’ 연작 중 하나다. 특히 테이블 앞에 한 줄로 앉은 매춘부의 모습은 독일 화가 오토 딕스의 1921년작 ‘살롱’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현대인에게 기다림을 선사한 ‘웨이팅(2015)’

이번 전시엔 특히 더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어두컴컴한 방에 영상 2편이 상영되고 있는데 이는 어윈 올라프의 최신작인 웨이팅(2015)이다. 이 작품은 누구인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한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시리즈다. 등장인물이라고는 식당 직원과 여주인공밖에 없고, 움직임도 제한된 정적인 영상이지만 기대와 희망, 불안, 슬픔, 분노 등이 얼굴에 교차하는 표정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폐기종을 앓는 작가는 병원에서 검진 결과를 기다리면서 이 작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자세히 보니까 얼굴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요. 기다리기만 하니까 뭔가 답답함이 확~우리 국민들이 현재 이런 마음이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곧 다가올 9일에 탄핵 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기다리는 심정을 잘 반영하고 있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청와대 옆 갤러리에는 다른 근혜가 있다는 점!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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