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초유의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정유년(丁酉年)을 맞는 메시지를 던졌다. 단체장들은 어둠을 물리치고 새벽을 부르는 닭처럼 내년을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해로 만들자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내년 2월 퇴임 의사를 밝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신년사에서 말했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삼성그룹·SK그룹·LG그룹·KT 등 주요 회원사들이 탈퇴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허 회장은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께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전경련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수출·내수 부진과 인구 감소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이 바로서면 길이 보인다는 뜻)’이라는 말처럼 경제사회의 기본원칙을 확립하고 경제 주체들이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고 경제 재도약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한 번의 ‘팀플레이’가 발휘됐으면 한다. 정부와 기업, 온 국민이 하나로 힘을 모아 국가사회의 대변화를 이뤄내고 미래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언제까지 ‘소수의 근로자만 오래 일하고 많이 받는’ 불공정한 노동 시스템에 안주할 것이냐”며 노동 개혁을 통한 위기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라며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해 우선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제”라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등)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에 걸맞은 무역 기반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는 과감히 개혁하고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역을 이끌어갈 3T(Trade·Trend·Technology) 기반의 융복합·실전형 무역인재를 양성해 수출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