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보름 남짓 앞두고 미 정치권이 화합은커녕 곳곳에서 갈등만 키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등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지키기 위해 의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정책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앙정부와 전면전을 치를 태세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회동해 공화당에 맞서 오바마케어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미 의회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한판 격돌을 예고한 셈이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바마케어에 담긴 우리의 가치를 지지하는 미국 시민들은 민주당이 공화당과 싸워줄 것을 원한다”며 “오바마케어에 반하는 법안을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넷 성명에서 “오바마케어는 적용범위도 형편없고 보험료만 비싸다”며 “공화당은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는 방법으로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필두로 한 의회권력과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대선 당시 공개한 민주당 e메일의 출처가 러시아가 아니라고 말한 데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인터넷 성명에서 “어산지는 러시아가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다”며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라이언 의장은 이날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인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어산지는 러시아를 위한 아첨꾼”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관한 정보기관의 기밀 브리핑을 받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논쟁에 대해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정권교체가 시작되기도 전에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주 정부도 환경정책 등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한판 붙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트럼프 당선인 집권 이후 중앙정부와 법률적 다툼을 벌일 것에 대비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에릭 홀더를 법률고문으로 새로 영입했다. 주의회의 케빈 드레옹 상원의장 직무대행과 앤서니 렌던 하원의장은 “캘리포니아주가 지금껏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뒤바꾸려는 차기 중앙정부의 시도에 맞서기 위해 홀더 전 법무장관을 법률고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도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정책에서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61.6%를 득표해 트럼프 당선인을 압도한 곳이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낙점한 차기 내각 예정자들과도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네티컷주 지역신문인 하트퍼트커런트에 따르면 차기 내각의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은 최근 의회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이 도입을 반대하는 F-35 전투기를 국방부가 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매티스 지명자는 지난해 11월 NYT와의 인터뷰에서 “테러 용의자 고문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대선 기간 테러 용의자에 대해 다양한 고문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