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사업 동반자였던 최순실과 장시호는 더 이상 동반자적 관계가 아니었다. 아니 서로 법정 형량을 낮추기 위해 서로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 적이 됐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대법정에서 국정 농단 ‘비선실세’ 핵심 멤버 최순실(61), 장시호(38), 김종(56) 전 차관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로 법정에 들어갔다.
이날 최 씨와 장 씨는 재판정에 마주치자마자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등을 돌렸고, 각자 재판에만 집중할 뿐 그 어떤 눈짓이나 인사도 하지 않았다.
한 때 사업을 논의하고 주도하며 동반자적 관계를 이끌었던 이들이지만 자신들의 형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법정 앞에서는 냉랭한 분위기였다.
이날은 장 씨가 최 씨와 삼성이 논의를 주도한 태블릿PC를 박영수 특검팀에 제출한 뒤였으며, 이에 앞서 최 씨는 이 소식을 듣고 격분하기도 해 현장은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현재 이들 3명이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16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 씨측 변호인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도와달라고 김 전 차관에서 부탁했을 뿐 장 씨와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 운영에 관해 기업 후원을 알아봐 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하거나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차관도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등을 보면 이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한 게 이미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반면 장시호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횡령(혐의)은 인정한다. 보조금 위반은 다툼이 있다”며 최 씨와 공모해서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하고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한 점을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