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지훈 "기존 배우의 틀에서 탈피 나만의 안중근 보여줄 것"

뮤지컬 ‘영웅’서 안중근 역 맡아

데뷔 10년만에 캐릭터 변신

무대 설 수 있는것에 늘 감사

뮤지컬 ‘영웅’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을 맡은 이지훈은 오는 25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캐릭터 변신에 나선다./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뮤지컬 ‘영웅’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을 맡은 이지훈은 오는 25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캐릭터 변신에 나선다./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


물음표가 따라붙는 캐스팅이었다. 그간 잘생긴 인기남이나 섬세한 음악가 등 곱상한 외모가 돋보이는 배역을 주로 해왔기에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낯선 상상이었다. 이름 뒤에 따라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하는 배우 본인의 부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대 데뷔 12년 차를 맞아 쉽지 않은 캐릭터 변신에 나선 뮤지컬 ‘영웅’의 주인공 이지훈(사진)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계획부터 거사·재판·사형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장엄한 음악과 무대 미술, 역동적인 안무로 빚어낸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이지훈과 정성화·양준모·안재욱이 함께 주연을 맡았다.

“제 무대 인생에서 엄청난 도전이 될 작품이에요.” 단단한 포부와 부담이 뒤섞인, 딱 지금의 이지훈을 보여주는 답이었다. 묵직한 감동을 담은 시대의 영웅을 곱상한 외모의 이지훈에게서 느낄 수 있을까.

이지훈은 3년 전 ‘영웅’의 윤호진 연출 앞에서 안중근 배역 오디션을 봤다. 당시 윤 연출은 “네 얼굴엔 아직 인생이 없는 것 같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캐릭터의 무게를 담기엔 어려 보인다는 말씀이셨죠. 10년 후에 함께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영웅에 합류할 줄은 몰랐네요.” 지난 2009년 초연부터 수많은 영웅을 캐스팅해 온 윤 연출은 묵직하고 진중한 색깔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도 안중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지훈에게서 발견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전후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이지훈/사진=에이콤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전후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이지훈/사진=에이콤


사실 ‘영웅’ 하면 배우 정성화가 바로 떠오를 만큼 그가 구축해온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 작품에 같은 배역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배우로서 대단한 모험이다. “성화 형의 존재감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결론은 ‘나만의 색으로 간다’였죠. 이미 완성된 틀을 모방하고 거기에 껴맞추지는 않으려고요.” 같은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감정을 절제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지훈은 좀 더 소년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안중근을 만들 계획이다.


소리에서도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다. 매일 아침을 보컬 레슨으로 채운 이유도 여기 있다. 이지훈은 “노래 대부분이 중저음이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며 “날 믿어준 관객에게 ‘어! 잘하는데’하는 만족감을 안겨주자는 마음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의 질감이 확실히 이전보다는 성장해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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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 아닌 뮤지컬 배우로 달려온 지 올해로 11년. 출연작이 쌓일수록 자신만의 색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도 치열해졌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지훈만의 무엇’이라고 할 만한 색깔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색무취라는 평가도 있을 만큼. 시간이 걸릴 고민이지만, ‘영웅’을 통해 그 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겠죠.”

뮤지컬 ‘영웅’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을 맡은 이지훈은 이번 작품을 “내 무대 인생에서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뮤지컬 ‘영웅’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을 맡은 이지훈은 이번 작품을 “내 무대 인생에서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


이지훈은 인터뷰 내내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표했다. 어린 나이에 큰 인기를 얻어 ‘대중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는 “무대에서의 10여 년이 나를 참 많이 변화시켰다”며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아직은 뮤지컬 배우로서 도전하고 올라가야 할 길이 많다는 점이 고맙다”고 웃어 보였다.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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