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들어가는 작은 센서를 집 안 분전반(적정한 규격의 전류를 사용처에 따라 분배하는 장치)에 설치하자 냉장고와 TV, 인덕션 전기렌지, 주전자포트 등 각각의 전력 사용량이 30분 단위로 집계됐다. 센서 안에 와이파이가 내장돼 있어 해당 데이터는 앱으로 전송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총 사용량에 부과될 예상 전기요금이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전력 사용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용량을 파악해 다음 단계 누진세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정보까지 미리 알려주는 이 작은 센서는 인코어드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스마트 전기 계량기 ‘에너톡’이다.
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 “냉장고에서부터 TV, 전기매트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자리에 드는 동안 일상에서 끊임없이 전력을 사용하지만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며 “전기 요금 고지서가 날아올 때 대략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마저도 요금이 부과되는 기준은 총 사용량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전력 사용량이 늘고 줄었는지 알 수 없다”며 “가정이나 기업의 기기가 사용하는 각각의 전력 사용량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스마트 계량기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LGU+, KT 등 국내 통신사들과 협약을 맺고 기기를 공급하면서 현재 인코어드의 에너톡 고객은 10만 가구를 넘어섰다. 각 가구의 전력 사용량은 인코어드 본사 내 마련된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기기별로 분류돼 저장된다. 이 곳에 쌓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LGU+에서는 노인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일 전력 사용량 형태를 살피면 혼자 사는 노인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전력 사용 패턴은 습관적인 행동이므로 평균적으로 매일 비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침 6시 반에 전기밥솥이 켜지고 7시에 냉장고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다. 화장실에서 전력 사용량이 나타났는지 여부도 주요 예상 근거로 활용된다. KT도 도서산간지역에 사시는 노인들의 독고사를 예방하고자 인코어드의 데이터를 이용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화장실이나 전기밥솥의 전력 사용량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앱으로 확인되면 즉시 담당자에게 연락이 가고 노인분들의 생활을 신속히 살펴볼 수 있다”며 “전기 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을 예측하는 최초의 서비스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에서도 인코어드의 전력 사용량 빅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한다. 최근 몇 년간 폭염이 반복되면서 전력예비율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비해놓은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서울시와 인코어드는 에너톡 가입자들에게 다음날 전기 사용량을 줄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른바 에너지 미션이다. 전기 사용량을 줄인 고객은 감소한 전력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서울시의 에너지복지기금에 기부할 수 있고 이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된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에너톡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는 “절약 정신이 강한 일본과 전력 사용량이 많은 미국에서 에너톡을 궁금해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지금은 30분마다 전력 사용량이 측정되지만 계속 연구·개발(R&D)에 매진해 1초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 에너지 데이터 분석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데이터와 연결해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