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6일 “과거 같으면 지금처럼 환율이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변동 폭이 컸을 때 구두개입이라도 들어왔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플레이어들에게 지금의 우리 외환시장은 손쉬운 놀이터 수준”이라고 말했다.★관련 시리즈 3면
실제로 그랬다. 지난해 12월의 원·달러 환율은 난데없이 1,212원(12월28일)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변동의 폭을 키우더니 하락의 흐름을 빠르게 탔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약세 선호 발언 이후 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5% 가까이 절상된 상황이다. 신흥국으로 분류된 22개국 통화 가운데 폴란드(5.12%) 다음으로 높다. 급기야 이날 환율은 10원 가까이 하락한 1,130원대까지 진입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는데 미세조종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한 경계감이 사라지면서 더 빠른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설명했다.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고가 대비 저가로 계산한 하루 중 변동 폭은 지난해 12월이 평균 6.01원이었는데 올해 1월은 7.71원으로 높은 편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외환팀장은 “지금은 펀더멘털 등의 변수보다는 작은 이슈에도 환율이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헤드라인에 따라서 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환율의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이 강하다. 심리적 저지선인 1,130원이 깨지면 1,100원대까지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올라간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빠진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당국이 1,130원을 놔버리면 역외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판을 치고 그러면 1,100원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초 고(高)환율 바라보며 경영계획을 세웠던 기업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