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창업, '진짜' 고객 찾아야 '볕들 날' 옵니다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씨 '창업야학쇼'서

"실패·위기 거듭하는 게 창업의 본성"

"아이디어 실현 가능한지 검증하고

고객 원하는 제때 서비스 " 조언도

이동형 전 싸이월드 대표.  /서울경제DB이동형 전 싸이월드 대표. /서울경제DB


“창업은 사업 초기부터 성장곡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 깨달았을 때가 반등의 시점이지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 싸이월드의 창업자인 이동형(51·사진) 전 대표는 최근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창업야학쇼’ 강연에서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실패와 위기를 거듭하는 것이 창업의 본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외환위기(IMF) 시절 싸이월드를 공동창업해 지난 2000년대 초반 절정기에 3,200만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며 전국적으로 ‘1촌’과 ‘도토리’ 붐을 일으켰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후 검색 서비스로의 강제 전환 등 운영상 패착으로 싸이월드의 인기는 기울었고 이 전 대표도 2008년 SK컴즈 일본싸이월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 명성은 이제 추억이 됐지만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서 국내 소셜미디어 시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토종 SNS의 시조로 평가된다. 그는 지금은 벤처컨설팅 기업 피플스노우 등을 세워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싸이월드가 기운 것도 진짜 고객들을 잊은 탓”이라며 “사업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용자가 진정한 고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창업 컨설팅을 위해 이 전 대표를 찾아오는 창업자 열에 아홉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은데 고객이 가치를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이 전 대표의 대답은 타이밍이다. 사용자들이 그 가치를 가장 원할 때, 제때 서비스하는 적시(適時)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사업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마치 덫에 걸린 듯한 이때 포기하는 것은 곧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 지속되는 하향곡선에 마음이 급해져도 회원 모집 마케팅 등에 무리하게 나서지 말라고 이 전 대표는 조언했다. 싸이월드가 창업 후 2년여 동안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기에 빠졌을 때 마지막 해법은 싸이월드를 좋아해줄 ‘사이좋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이 서울 명동·강남 등을 헤집고 다니며 분석해 내린 결론은 사이좋은 사람들은 작은 관심을 나누는 관계라는 것이었다”며 “진짜 고객인 20대 젊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만든 ‘미니홈피’는 이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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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모판’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사업 초기 성남 분당의 한 고교 학생들의 대다수가 유달리 싸이월드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 전 대표는 학생들의 욕구와 사용습성 등에 대한 분석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씨앗을 모판에 미리 심는 것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 특정 지역에서 실현 가능한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지론이다. 특히 대기업의 독점 붕괴나 특정 기술의 특허 만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 등을 호기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바둑알로 가득 찬 바둑판처럼 경쟁이 극심한 제도권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대표는 “지금 사회가 청년들에게 무작정 바둑판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을 부당하다고만 여기지 말라”며 “생각의 틀을 넓히면 바둑판 바깥에 기회의 수를 두고 스스로 바둑판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형 전 싸이월드 대표.  /서울경제DB이동형 전 싸이월드 대표. /서울경제DB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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