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 ‘G6’는 LG전자를 구원하고 삼성전자·애플이라는 ‘2강(强)’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2일 G6의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이통3사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G6의 향배에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있다. 이통사들은 G6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애플과 삼성에 내준 단말기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G6의 초반 분위기는 좋다. 서울 종로 일대 이통사 대리점 9곳을 다녀 본 결과 반응은 뜨거웠다. ‘G6 체험존’을 매장 입구에 설치하고 사전예약을 알리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내세웠다.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오전에만 사전 예약을 5건 가량 받았다”며 “V20 출시 때와 비교해 확실히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전날에도 G6를 찾는 고객들의 문의가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한 9곳 중 3곳에만 G6 실물이 비치돼 있었지만, 미디어에 알려진 정보만으로도 예약수요는 꾸준했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간만에 나온 프리미엄 폰이 시장에 활기를 주길 기대한다. 이통사의 기기변경 건수는 지난해 8월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후 98만 건, 지난해 10월 ‘아이폰7’이 출시된 후 106만 건을 기록했지만 지난 1월에는 70만 건에 그쳤다.
G6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지난해 3·4분기까지 9개월 동안 LG전자에 5,561억원을 단말기 구입비용 등으로 지출하는 등 거래 규모가 상당하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G전자 출신인 만큼 마케팅에 적극적이라는 후문도 나온다. 실제 LG유플러스는 G6 구매 후 1년 반 뒤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 주는 ‘R클럽2’를 선보였다. 또 이통사 중 최대 규모인 700여개 매장에 체험존을 설치했다.
KT도 매장 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G6를 배치하고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 G6를 구매하면 최대 50만원을 할인해 주는 등 이용자 몰이에 적극적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와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는 SK텔레콤은 눈에 띄는 ‘G6 마케팅’이 보이지 않았다. 4곳의 SK텔레콤 매장 중 G6 실물이 비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일부 매장은 모형도 안 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두 달 내로 출시된다는 점에서 G6 마케팅에 힘을 주기보다는 삼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SK텔레콤 측에 더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LG전자는 SK텔레콤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종로 쪽에 G6 시제품 공급이 늦어진 것으로 전국 550개 매장에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G6의 판매동향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특히 충성 고객이 많은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아이폰8’을 오는 9월께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그 전에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겪은 후 기본기를 강조한 G6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둔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 한 이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성능 상향 평준화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줄긴 했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은 얘기가 다르다”며 “LG전자가 G6를 통해 성과를 보여줘야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이통사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