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마치 5성급 호텔이 연상될 정도로 매우 우수합니다. 바드(C R bard)가 한국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질 높은 한국 의료진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믿어서죠. 다만 한국 정부의 가격 규제로 해외에서 좋은 제품들이 제때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소 아쉬운 지점입니다.”
서울 삼성동 바드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하마리 대표는 국내 의료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렇듯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바드는 1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90여개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바드코리아는 지난 2003년 문을 열었다. 바드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주력 제품이 업계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생체조직검사 분야의 글로벌 리더이며 심정지 발생 시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 손상 등을 방지하는 저체온치료장비 ‘아틱선’ 등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학원,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등을 졸업하고 미국 대형 헬스케어 기업 존슨앤드존슨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2014년 바드코리아 대표로 합류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후 2년 연속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특히 지난 한 해에는 43%나 성장해 미국 본사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하 대표가 바라보는 한국의 탁월한 바이오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에서 나온다. 의료진의 신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물론 끊임없이 배우려는 열정 등이 탁월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하 대표는 “중국과 일본 의사들에게 미래 의료 전망에 대해 물어보면 한국 의사에게 물어보라 답할 정도로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면서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의 데이터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체온치료기 아틱선의 글로벌 임상 일부와 혈액순환 개선을 돕는 약물방출풍선카테터 ‘루토닉스’의 아시아 최초 임상연구가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수행한 임상연구는 홍콩에서 열릴 학술대회에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하 대표는 이 같은 협업이 국내 의료진의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 대표는 “한국 의료벤처들과 협업하거나 투자하는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여러 번 말할 정도로 국내 의료·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에 호의적이지만 가격 장벽 등 규제에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는 “암 같은 질병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해 의료기기의 상한가를 정해놓는데 그로 인해 들여올 수 없는 우수 의료기기가 참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 대표의 목표는 유방생검기기 엔코, 저체온기기 아틱선 등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도 1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특히 엔코의 경우 아시아 여성들의 검사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돼 표적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가슴에 흉터를 적게 남기는 특장점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 대표는 “성장률이 빨라 향후 3년 안에 시장점유율 1위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며 “조직검사용 장비에서부터 수술 전 종양 위치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 진공 흡인 장비까지 유방생검과 관련한 모든 제품을 총망라하는 한편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 바로 바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