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 당에선 할 일이 없다"...탈당 승부수 던진 김종인

제3지대 인사 접촉하며

개헌연대 구축 시도할듯

"시간·명분 부족" 평가도

김종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김종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경제 참모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과거를 반성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을 돕겠다고 지난해 1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13개월 만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며 “내가 이 당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고 ‘문재인 대세론’의 공고한 장벽을 밖에서 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탈당계를 이르면 8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문재인 캠프와 대척점에 서게 된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이번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지만 비례대표 5번을 따낸 김 전 대표의 탁월한 정무적 감각이 대이변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은 문 전 대표와의 불화로 시작됐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본인을 당선권인 2번에 배치하자 ‘셀프공천’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문 전 대표가 방치했다는 게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신뢰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이후 총선을 이끌었던 수장이지만 ‘공치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대선주자로서 문 전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지자 김 전 대표는 탈당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급부상하면서 안희정 캠프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박영선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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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하면서 꺼져가던 ‘빅텐트론(論)’도 다시 활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적을 버린 김 전 대표는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제3지대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면서 ‘개헌 연대’ 구축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개헌파’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동, 향후 정국 흐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손 전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이번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개혁 세력의 대결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분권형 개헌에 공감하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특히 정 전 의장은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이미 염두에 두고 제3지대 창당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캠프와 정파는 김 전 대표의 탈당을 환영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릴 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단 제3지대를 통합해 문 전 대표와 맞서겠다는 김 전 대표의 구상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바른정당·국민의당의 대선주자가 뛰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과 반문재인을 고리로 김 전 대표가 중심에 나서 화합을 이끌어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명분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형윤·나윤석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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