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최고경영자(CEO)가 나에게 이런 조언을 구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조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부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부하들을 야단치지 않는다. 칭찬해준다. 그래도 꼭 야단쳐야 할 일이 있으면 야단의 3법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따로’ 불러서 야단쳐야 한다. 대리가 보는 앞에서 과장을 야단치면 그 과장은 조직에서 바보된다. 동생이 보는 앞에서 형을 야단쳐서도 안 된다. 엄마 아빠 없을 때, 형이 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너나 잘해라”는 동생의 답변만 돌아온다. 상사는 부하를 지휘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인격까지 모독할 권리는 없다. 반드시 따로 불러서 부정적 피드백인 야단을 쳐야 한다.
둘째, ‘짧게’ 야단쳐야 한다. 사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부하를 불러서 “너가 잘못한 것을 하나하나 지적하겠다”고 하면 잔소리밖에 안 된다. 카리스마 있고 임팩트 있게, 짧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형 사고를 친 부하직원을 불러서 한마디 딱 해줬더니 그 다음날부터 엄청 열심히 일한다. 뭐라고 말했을까. “자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자신을 믿고 기회를 주는 리더를 위해 부하들은 몸을 던진다.
셋째, ‘관찰’ 후에 야단을 쳐도 늦지 않다. 평소답지 않게 영 어리바리하게 일하는 부하가 있으면, 야단부터 치고 볼 일이 아니라 잘 관찰해야 한다. 동일 유형의 실수를 생각 없이 반복하는지 아니면 뭔가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보려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사실 그 부하직원이 그 전날 실연 당했는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부하들은 칭찬받기를 원한다. “인류 역사는 인정투쟁의 역사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한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칭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추니까. 그런데 칭찬에도 3법칙이 있다. 첫째, ‘공개적으로’ 칭찬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해주는 칭찬이 최고의 칭찬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것을 거꾸로 하는 리더들이 있다. 따로 불러서 “너만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조폭들이나 쓰는 방법이다. 공개적 칭찬의 의미는 “나는 누구든지 이와 같이 하면 똑같이 칭찬해주겠다”는 거다.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친소관계를 떠나서 똑같이 해줘야 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한다. 구체적이라 함은 숫자와 고유명사가 반드시 들어가는 거다. “○○○과장이 ○○○고객과 ○○○금액을 체결했습니다.”와 같이! 이것을 다 보는 앞에서 해주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두루뭉술하게 칭찬해주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잘못하면 오히려 진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주는 것이 제대로 된 칭찬이다.
셋째, ‘즉각적으로’ 칭찬하라.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난 직후에 칭찬을 해주면 이게 뇌에 딱 스틱이 돼 잘 기억한다. “아, 내가 이런 식으로 하니깐 칭찬받는구나.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이것이 바로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다. 야단을 치면 ‘그것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기억하면서, 그 상황이 되면 그것을 하고 만다. 참 안타까운 역설이다.
이 야단의 3법칙, 칭찬의 3법칙이 바로 2,500년 전 중국의 철학자 한비자가 말한 국가 경영 기본 철학 ‘신상필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공정한 평가와 정당한 보상이 모든 조직관리의 기본원리다. 최근에 미국의 한 경영대학원 교수가 포춘 500컴퍼니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칭찬과 야단의 빈도수를 조사해봤다. 황금률이 계산돼 나왔다.
과연 몇 대 몇이 나왔을까. 이것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일단 8대2라는 답이 가장 흔하게 나온다. 다 파레토 교도들이다. 조사결과는 6대1이다. 야단 한 번 따끔하게 치려면 사전에 칭찬 여섯 번이 들어가 줘야 한다. 그러면 부하들은 ‘이것도 다 내가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다’라고 받아들인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을 하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