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드릴 '제2 소난골' 되나] 국제유가 반등 못하면 유동성 묶일수도

용선 등 사업마진 남지 않자

시드릴서 드릴십 인도 또 미뤄

삼성重 "올 유동성 충분히 확보"

프로젝트 인도·신규 수주로 가능



글로벌 시추 선사인 시드릴의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인도 지연이 ‘소난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인도 연기로 묶인 유동성 규모와 연기 배경, 발주처가 처한 복잡한 재무 상황 등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 소난골-시드릴 ‘닮은꼴’ = 우선 각 조선소가 시드릴의 인도 연기로 묶인 유동성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7월 시드릴로부터 당시 1조1,700억원에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계약 금액의 30%를 받았지만, 나머지 70%인 8,200억원은 인도가 이뤄지지 않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시기에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1조2,000억원에 수주했지만 계약 금액의 20% 밖에 못받았다. 인도 시점은 지난해 초 각각 2018년과 2019년으로 한 차례 미뤄지며 대우조선 역시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인도 대금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묶여 있다.


소난골과 시드릴이 드릴십 인도를 마다하는 근본적인 배경도 ‘저유가’로 같다. 발주처가 드릴십을 인도해 용선을 주든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드릴십을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데 저유가 탓에 마진이 안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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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위기 없나 =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시추 선사인 시드릴의 드릴십 인도 연기로 인한 유동성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선박과 해양플랜트 54척을 인도하면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도 5,000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본다. 최악의 경우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받은 선수금 30%를 시드릴에 돌려주지 않고, 드릴십을 제3자에 매각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우선 조선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목표 수주액 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릴십 3자 매각도 녹록지 않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5개 시추선사의 드릴십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올해와 내년 중 용선이 만료되는 시추선이 60여척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드릴십 가동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추 설비 용선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재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추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반등해야 하는데 연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성공 이후 깜짝 상승한 이후 다시 시큰둥하다. 연초 배럴당 60달러선 가까이 올랐던 국제 유가는 최근 회복되긴 했지만 한 때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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