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을 기다렸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가 화끈한 버디 잔치로 2017시즌의 개막을 알렸다.
20일 경기 포천의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7,060야드)에서 시작된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총상금 5억원)은 지난해 11월 초 끝난 투어챔피언십 이후 5개월여 만에 열린 국내 남자 프로골프 대회다. 남자 선수들은 최근 2~3년간 흥행 부진으로 어깨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오프 시즌이 길었지만 ‘밥상’이 커지면서 개막하기가 무섭게 날카로운 샷을 휘둘렀다. 이번 시즌은 19개 대회에 전체상금이 144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1라운드에서는 534개의 버디와 21개의 이글이 쏟아졌다. 지난해 첫날 버디 476개, 이글 11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새벽에 약간의 비가 내려 부드러워진 그린과 겨우내 잘 관리한 코스 컨디션의 덕도 있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 힘입은 바 크다. 지민기 경기위원은 “그린 주변 쇼트게임 등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비시즌 동안의 훈련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첫날 선두 자리에는 중견 강권일(36)이 이름을 올렸다. 대기순번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2001년 데뷔해 2010년부터 군 복무 등으로 6년의 공백기를 보낸 뒤 지난해 복귀한 강권일은 오는 30일 결혼식을 올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인 ‘예비신부’ 최현영(29) 씨는 이번 대회에도 캐디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1타 차 공동 2위(7언더파)에는 권성열(31·코웰), 전가람(22), 박성빈(39·아산상선), 김진성(28·아디다스) 등 4명이 몰렸다. 선두 강권일과 마찬가지로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다. 버디만 7개를 골라낸 권성열은 “우리 남자 선수들은 아시아권 어디에서든 통할 정도로 기량이 훌륭하지만 대회가 많지 않아 실력 발휘를 못했다”면서 “6개월 동안 개막전을 기다리며 모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첫날부터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박일환(25·JDX)이 6언더파로 단독 6위에 자리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맹동섭(30·서산수골프앤리조트)과 중견 권명호(33), 이정환(26), 정승환(33) 등은 5언더파로 공동 7위 그룹을 이뤘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출발, KPGA 제네시스 대상까지 수상한 최진호(33·현대제철)는 2언더파 공동 43위로 첫날을 마쳤다. 최진호는 “올 시즌 대회 수가 많고 일정이 일찍 확정됐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다”며 “의욕이 커진 만큼 우승이나 상금왕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승을 거둔 주흥철(36)은 4언더파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홍순상은 손목 통증으로 전날 출전을 포기했다. /포천=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