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씨는 이제 새로운 금융거래 파트너를 찾아나설 때가 된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이 됐다. 대학교에서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을 넣으며 S은행과 처음 만났고, 현재는 월급까지 꼬박꼬박 그곳에 꽂아주고 있다. 다른 은행에 단 한번도 눈 돌린 적 없이 오로지 S은행과만 거래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그다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또 S은행은 쥐도새도 모르게 슬금슬금 금리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누가 귀띔해준 것도 생각났다.
그래, 누구에게나 ‘집토끼’는 만만한 법. 혹시 내 신용의 진가를 알아보고 극진히 대접해줄 다른 은행이 있을지도 몰라.
마통 금리는 최저 2%대 중후반도 있다지 않는가. 1,000만원을 빌려 쓴다면 금리 1%만 낮춰도 1년에 12만원 세이브 하는 거잖아. 결국 서경씨는 마통 금리 절감 대장정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서경씨는 처음 만나는 은행에게도 나를 쉬이 증명하기 위해 회사에서 미리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뗐다. 그러고 나서 서경씨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S은행의 라이벌로 일컬어지는 K은행. K은행은 개인고객이 워낙 많기로 유명하니 나를 제대로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과연 내게 얼마나 좋은 한도와 금리를 제시할까.
서경씨는 K은행의 창구 직원에게 수줍게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내밀었다. 그리고 개인대출신청서와 개인정보조회 동의서를 작성해 내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2분여 뒤에 돌아온 대답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고객님 신용은 참 좋으신데 저희랑 거래 기록이 없어서 당장 신용대출이 나가기가 어려워요. 몇 개월 간 급여를 저희 쪽으로 받는 등 실적을 쌓으셔야 할 것 같아요.” 서경씨는 마음이 쓸쓸해졌다. 소개팅에서 상대가 너무 맘에 들지만, 상대는 “괜찮은 분 같긴 한데 좀 더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처럼.
서경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4대 시중은행인 H은행과 W은행에도 들렀다. 다행히 그들은 적어도 당장 대출을 해준다고 하기는 했다. 각각 서경씨에게 통보한 금리는 4.22%와 3.68%. 월 급여 수령과 카드 납부결제를 자기 은행으로 등록하는 등 우대금리를 영혼까지 끌어모은 조건이었다. 두 은행 다 기존 S은행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H은행은 한도를 2,00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담당 행원은 “고객님 외부 신용등급은 참 좋으신데 저희와 거래실적이 없는 탓에 저희 은행 신용등급은 제 생각보다도 낮네요”라고 친절히 위로해줬다.
결국 4대 시중은행을 다 돌아본 결과 현재 쓰고 있는 마통 금리보다는 1.5%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를 제시받은 셈. 하지만 아직도 3.5% 아래로도 못 내려간 걸. 외부 신용등급이 KCB는 1등급, 나이스평가정보는 2등급인 서경씨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무리 초면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날 경계한단 말이야? 내가 너무 아쉬움이 없는 곳에 찾아건 지도 몰라. 서경씨는 고객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절실한 곳으로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K은행이 떠올랐다. 다만 아직 고객을 많이 상대해보지 않은 만큼 나의 가치를 얼마나 알아줄지 하는 의구심도 마음 한구석엔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365일 모바일로 신청해볼 수 있다니 별 발품도 안 들긴 하니까. 서경씨는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 들어가서 바로 앱을 다운받아봤다.
K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금리와 한도를 받아보려면 우선 회원을 가입하고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다른 은행들은 계좌 안 만들어도 한도와 금리는 일단 보여줬는데. 서경씨는 갑자기 무지 귀찮다는 기분이 들었으나 신문물을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해봤다. 뭔가 작성하고 동의하는 게 많긴 했지만 집중해서 부지런히 하니 한 10분여만에 회원 가입과 계좌개설이 완료됐다. 그리고 대출 메뉴로 들어갔다. 대출은 세 가지가 있었다. ‘직장인 K신용대출’과 ’미니K 마이너스통장’ 그리고 ‘슬림K 중금리대출’. 이중 미니K 마이너스통장은 연 5.5% 확정금리 한도로 사회초년생 등이 대상인 상품이며, 슬림K 중금리대출 역시 4~6등급 중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직장인 K신용대출. 뭔가 만화책 ‘닥터K’가 연상돼서 잠깐 추억에 잠겼다가 대출 절차를 진행했다. 2.68%로 명시된 최저금리의 자격이 과연 나에게 있을지 두근두근하면서. 편리한 점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정보를 긁어오기 때문에 따로 서류를 떼와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직장 정보 등 이것저것 입력하고 무언가를 동의하고 공인인증을 완료하니 금리와 한도가 1분만에 뙇하고 떴다. 한도 2,260만원에 금리 3.18%.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그냥 일반신용대출보다 0.3%포인트가 높아진다니 최저보다는 0.2%포인트가 높았던 셈이다. 그래도 지금 대출에 비하면 무려 1.94%포인트 떨어진 것 아닌가. 물론 체크카드 이용, 예적금 가입, 급여이체 등 우대금리 3종 세트(0.6%포인트)를 신청한 것이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찬바람 맞기도 지친 서경씨는 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자 동의 동의 동의를 거쳐 1분 만에 마통이 파졌다. 와, 2,260만원이 생겼다! 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 아무튼 서경씨는 이제서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K은행 측에 물어보니 모든 사람에게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은행마다 각각 신용평가시스템이 달라 같은 사람이라도 달리 평가될 수 있고, 또 주거래은행에서는 상당히 좋은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이다. 다만 똑같이 처음 온 손님을 받는 경우라면 확실히 시중은행보다는 잘 대접해 줄 수 있다고. 점포가 없고 인력도 적어 비용이 많이 안 드는 만큼 혜택을 높였기 때문이다. 현재 K은행은 모바일 앱에서 송금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 출금 수수료도 완전 무료다.
느낌 좋은 첫 만남이야. 서경씨는 주거래은행을 완전히 갈아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느낌이 좋았다. 조금씩 거래를 늘려가며 계속 내게 잘해주는지 봐야지. 일단 우대금리 조건 맞춰야 하니 급여 수령 은행 바꾸고 체크카드 수령하러 ㄱ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