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단일화를 두고 바른정당의 내홍이 끓어넘칠 위기로 치닫고 있다.
당내에서 유승민 대선후보에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원샷 단일화’를 압박하고, 이에 유 후보가 정면으로 맞서면서 당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체 33명의 소속 의원들 가운데 20명은 이날 입장문 발표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면서 “일촉즉발의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이상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와 홍 후보, 유 후보 모두 3자 단일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독자 완주’를 분명히 하는 유 후보를 일차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유 후보가 세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요구라는 평가도 나온다.
29일까지 단일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일부 의원들은 탈당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이 있다. 탈당설이 제기된 의원의 수는 일단 1~2명에서 5명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추이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 후보는 ‘정공법’으로 맞서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출연과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아놓고 자기 당 후보를 가지고 어디에 팔아넘기고 (하는) 이런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경고하는데 이제 흔들기를 그만하고 도와주기 싫으면 최소한 가만히 있어야 한다”면서 ‘경고’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24일 창당 3개월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자칫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하고, 탈당 규모가 커지면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를 좌파세력으로 규정하고, 좌파세력 집권 저지를 단일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스스로 뽑은 후보에게 사실상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보수를 약속하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낮은 지지율을 빌미로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탈당설까지 나오는 것은 정치적 이해만 쫓는 행위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