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증시와 동조화(커플링)하는 반면 중국 시장 움직임과는 점차 거리를 두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선진국과는 멀어지고 중국 증시와 동조화하면서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 주식시장이 감기 걸린다’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세계 주요 증시가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5일 기준 세계 주가(MSCI ACWI·글로벌 46개국 증시 추종지수)는 7.3% 상승하며 2015년 중반에 기록했던 전 고점을 갈아치웠다. 특히 코스피는 같은 기간 10.8% 상승하며 미국(6.3%), 유로존(11.9%)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국가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기업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등 펀더멘털이 강화되면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증시 상승 흐름에 동조화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 상승장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 선호 현상 강화로 외국인이 이끌고 있는데 간밤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한 채로 장을 마감하면 국내 주식시장도 상승 마감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에 반해 그동안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줬던 중국 시장과의 연관성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줄곧 3,000포인트 초반대에 머물며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 단속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경제지표도 좋지 않아 지루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 간에 차별화가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신흥국 증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과 같이 움직여왔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화장품·여행·레저 등 중국과 관련된 업종이 장을 이끌면서 동조화 현상은 더욱 강화됐다. 2016년 초 중국 증시가 경기 경착륙 우려로 폭락하자 코스피도 덩달아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기업 실적 호전 등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한 것과 달리 중국 증시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올해가 양국 간 증시가 디커플링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글로벌 시장이 대부분 좋지만 중국 시장은 최하위권 수익률을 기록 중인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미국·유럽시장의 상승과 함께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진이 계속되면 비동조화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