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생전에 날마다 출근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의 샐러리맨이 적성에 맞지 않았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렸던 탓이다. 그는 바쁜 업무로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면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느라 지각이나 결근을 했다. 카프카는 고심 끝에 근무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옮긴 후에야 오전8시부터 오후2시까지 일하고 밤늦게 집에서 글을 쓰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밥벌이와 집필활동을 병행해야 했던 그의 평생소원이 재택근무였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재택근무는 최근 정보기술(IT) 발달에 힘입어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제도다. 특히 선진국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찍부터 재택근무를 운영해왔다. 기업들은 ‘언제, 어느 곳이든 일터가 된다’며 만족해했고 자유로운 일터를 선호하는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크게 반겨왔다. 미국에서는 80%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매주 한 번 이상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진행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일본은 장시간 노동을 막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나설 정도다.
문제는 홀로 일하다 보니 근무관리나 기밀유지가 어려운데다 일하는 의욕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처럼 양복을 꺼내 입은 채 목에 사원증까지 걸고 거실 책상에 앉는다는 이들도 많다. 아내에게 사전에 재택근무 사실을 알려 외출하도록 한다거나 휴대폰을 꺼 놓는 등 갖가지 고육책도 동원되고 있다.
미국 IBM이 수십 년간 운영해온 재택근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거주지의 사무실로 복귀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직원 간 협업으로 업무에 속도를 붙이려면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야후도 2013년 재택근무제를 폐지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근무방식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생산성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조직문화부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