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대환 칼럼] 봄은 짧고 여름은 길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탄핵 정국 끝 '희망찬 봄' 맞았지만

국정기획위 무리한 초반개혁 가속

구체성 부족 탓 '개혁·통합' 멀어져

광폭 소통으로 '국민 대통령' 빛나길



5월의 마지막 날, 이미 여름이다. 예전 같으면 여름옷으로 갈아입을 준비에 바쁜 날이겠지만 거리가 반팔 차림으로 넘쳐난 지가 꽤 됐다. 태양의 고도 변화 현상으로 봄이 짧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지만 더욱 짧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외계의 영향보다는 지구의 자연적 기후 변동에 더해 인간의 활동이 가져온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00여년간 연평균 기온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보다 더 높아 아열대 현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짧은 봄날은 이미 갔고 긴 여름 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봄을 좋아하는 것은 무엇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 봄바람이 항상 일정한 것만은 아니다. 따뜻한 바람으로 어깨를 펴게 하고 약간 더위를 느낄 만하면 시원한 바람으로 상쾌함을 선사한다. 게다가 여기에는 부드러움이 있다. 그러기에 봄바람을 훈풍이라 하고 봄을 희망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올봄은 유난히도 짧았다. 서둘러 희망의 봄을 맞고 싶었지만 탄핵 정국을 거쳐 새 정부가 탄생했을 때 이미 봄은 마지막 문턱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임 ‘준비된 대통령’은 발 빠른 업무 지시와 따듯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줬다. 말썽 많은 국정교과서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정리하고 산업 현장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일자리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참모들과의 소통 행보는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소탈한 일상사 공개는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신뢰를 보냄으로써 국정지지도와 더불어 기대 수준이 한껏 높아져 있다. 비록 날은 짧았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올봄은 역사적 봄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봄은 저만치 가버리고 이미 여름이다. 올여름 역시 유난히도 무덥고 답답한 여름이 될 것 같다. ‘개혁과 통합’을 내건 새 정부의 청사진이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 초 개혁을 하지 않으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강박감이 이번 여름을 달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고 있지만 개혁의 절박감으로 속도를 내면 낼수록 수은주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강박관념에 쫓겨 디테일을 소홀히 한다면 더위에 답답함을 더해 올여름은 너무 길어질지도 모른다. 개혁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지만 단순히 양면만으로는 동전이 될 수 없고 각 면의 디테일이 공신력을 가져야 동전으로 구실을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새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위원회도 구성부터 빛보다는 열을 뿜고 있어 더위가 더해지고 있다. 게다가 항간에는 최근 경영계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도 높게 질타하고 국정기획위원장이 재계에 압박을 느끼라고 한 것이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정무적 포석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여름은 답답한 여름이 될 공산이 크다. 일자리위원회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는 경영계를 ‘욕 먹은 벙어리’로 만들고 나면 일자리위원회는 물론 일자리 자체가 답답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고 부하에게조차 이견을 제출하는 것이 의무라고 규정까지 한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이같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면 진정성이 훼손돼 ‘모두의 대통령’마저 빛바래게 된다.

개혁과 통합을 잇는 가교는 소통이다. 이전 정부의 총체적 실패가 불통에서 비롯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 정부는 거침없는 소통으로 개혁과 통합을 잇는 든든한 가교부터 구축하기 바란다. 광폭 소통으로 개혁의 길을 닦아 통합으로 이끈다면 이번 여름은 봄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