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황금비’ 찾나

의결권 지침 등 이미 요건 충족

용역 연구기관 선정절차에 착수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이른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두고 막바지 고심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도 확산을 강조하고 국민연금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 강화에 공감하는 만큼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지나친 기업 경영 간섭으로 자칫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것은 막기 위한 ‘황금비’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의 도입 여부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패가 걸린 만큼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용역을 맡을 연구기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2일 입찰 등록을 시작했지만 입찰 제안서를 낸 곳이 없어 한 차례 공고 기간을 연장했다. 또 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곧 기관투자가들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때 주요 참고자료가 되는 법령 해석집을 배포한다. 국민연금은 법령 해석집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께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인 만큼 참여 기관투자가는 준수할 수 없는 원칙의 경우 반드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7가지 원칙 중 핵심은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 내역과 사유 공개(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기업 경영 참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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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따져볼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은 형식상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다. 코드의 운용 주체인 기업지배구조원은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 및 역량 등만 갖춰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고 인정하는데 국민연금은 지난 2005년 이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과 ‘국내 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마련해 2014년 행사지침 및 세부기준 일부를 강화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발표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의결권 행사 요구사항과 국민연금의 지침이 서로 부합하는지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의결권 행사 지침 요건 충족으로 그칠지, 아니면 보다 적극적인 기업 경영 참여까지 확대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 참여의 폭을 현재보다 넓혀야 코드 도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령 특정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기관투자가가 지침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줘 경영에 간섭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제 있는’ 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 (사외)이사·감사 후보의 추천 등의 사안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 국내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가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대형 PEF와 벤처캐피털(VC) 등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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