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는 호화로운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드라마. 김희선이 기품 있는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김선아가 신분상승을 꿈꾸며 그의 집에 간병인으로 들어가는 박복자 역을 맡았다. 평화롭던 우아진의 삶은 박복자의 등장 이후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1회에서는 박복자가 우아진의 집에 시아버지 안태동(김용건 분)의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첫 장면에서 이미 죽은 것으로 나온 박복자이기에 간병인이 되고 나서 죽기까지 어떤 사연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일게 했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대본에 김희선과 김선아가 제대로 힘을 실었다. 먼저 김희선은 본인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그가 맡은 우아진은 승무원 출신으로 빼어난 미모에 우아한 태도까지 가진 그야말로 완전체 같은 인물. 이른바 ‘가진 자’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성품의 소유자다.
우아진의 성격은 박복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구체화됐다. 박복자는 우아진을 두고 “그녀에겐 내가 본 부자들에서 보이는 간악함이 없다”며 “처절한 왕따로 전락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품위가 있다”고 표현했다. 우아진이 베푸는 호의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특권의식이나 가식이 없는 것. ‘품위있는 그녀’라 칭할 만하다.
김희선은 이 같은 우아진의 모습을 마치 그의 삶이 실제로도 그럴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캐스팅임이 틀림없었다. 완벽하게 관리한 미모는 물론이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연륜으로 역할의 분위기를 구축했다. 미술에 관심 있는 우아진답게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패션은 보는 맛을 더했다.
박복자는 누구보다 강렬한 욕망을 가졌으면서도 정반대의 순박한 모습을 꾸며내는 인물. 특히 드라마 전반에 깔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자칫하면 악하게만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정해진다”, “그녀의 모습으로 한번만 살아보고 싶다” 등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대사로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 모았다.
김선아는 이 같은 박복자의 이중적인 면모를 손색없이 소화해냈다. 우선 다른 인물들과 함께할 때는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하고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했다. 그러다 혼자 있게 될 때는 금세 웃음을 지우고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김선아는 자유자재로 표정을 변화시키며 박복자의 양면성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극 중 박복자는 우아진과 엮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김선아는 이마저도 능숙하게 연기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김용건을 몸으로 유혹하는 연기부터 서정연과의 노골적인 대립관계까지 그려냈다. 각각 다른 배우와 만날 때마다 태도를 180도 변화시켜 풍부한 전개를 가능케 했다.
이처럼 김희선과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를 완벽한 여성 투톱 드라마로 만들었다. 어느 한 쪽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든든한 축을 이뤘다. 두 사람이 다소 평면적인 대립관계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첫 회가 공개되고 수그러들었다. 완벽한 적도, 내 편도 아닌 미묘한 경계에 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