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지도부가 22일 ‘강경화 장관 임명 강행’으로 멈춰선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전격 회동을 열었지만 합의서를 채택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경 처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실제 집행되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합의문 채택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추경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문구를 합의서에 담을지를 놓고 한국당은 삭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반대하면서 결국 합의가 결렬됐다.
합의서 채택이 무산되자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추경 논의 자체를 반대한 한국당을 향해 ‘백해무익’과 ‘대선 불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맹공을 퍼부었다. 우 원내대표는 합의서 채택 불발 직후 “대통령의 첫 공약이자 국민의 절박한 요구인 추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말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는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추경 심사도 아니고 논의도 못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선이 끝났으면 최소한 협치를 해야지 추경 논의조차 막으려고 하면 안 된다”면서 감정에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한국당은 국민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백해무익한 정치집단”이라며 공세에 가담했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한국당을 내세워 국정 발목 잡기를 동조하거나 방치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추경 문구를 갖고 두 당이 논의를 하더라. 답답하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의 공세에도 한국당은 이번 추경이 법적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요건이 되지도 않고 내일 모레면 관둘 장관을 상대로 추경 정책 질의를 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며 “추경 심사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추경 심사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결국 한국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추경의 6월 임시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에 민주당도 조속한 추경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 통과를 위해 23일 한국당에 이어 26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 정책위의장들을 잇따라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은 합의서 채택 불발과는 별개로 인사청문회에는 참여하기로 결정한 만큼 청문회는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회는 각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26일 한승희 국세청장을 시작으로 28일 송영무 국방부·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2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다음달 4일까지 줄줄이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현상·히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