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 당시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살리기 위해 세제혜택을 두 배 이상 확대한다. 지금은 금지된 중도 인출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가입 대상도 소득이 있는 사람, 농민에서 19세 이상 모든 국민으로 넓힌다. 신(新)ISA가 출시되는 셈으로 ‘국민만능통장’이라는 초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정부 여당에 따르면 정부는 △비과세 한도 2배 이상 확대(200만원→400만원 이상) △1년에 한번 원금의 30% 범위 내 중도인출 허용 △가입 대상 19세 이상 전 연령층 확대 등 세 가지 축을 골자로 한 ISA 개편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월8일 “국민 자산 증식에 도움을 주려는 도입 목적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 여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고 각계에서 ISA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기 때문에 개편안이 오는 8월 초에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출시된다.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ISA는 예적금·펀드 등의 상품에 가입한 후 ISA에 몰아넣으면 여기서 5년간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 중 200만원(일반·청년형 기준, 서민형은 25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세율 14%)해주는 것이다. 연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 투자할 수 있고 5년간 의무가입해야(일반형 기준, 서민·청년형은 3년 의무가입·5년간 가입 가능)한다. 지난해 3월 출시돼 내년 말까지 가입자를 받기로 돼 있다.
시들해진 ‘만능통장’ 서민가입 활성화
기존 가입자도 稅혜택 소급 적용 검토
세수감소 예상보다 크지않아
면세한도 200만→400만원
1년에 한번 원금 30%내 인출
정부 여당은 면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400만원 이상(서민형은 5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5년간 200만원 비과세를 1년으로 환산하면 40만원의 금융소득만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인데 절대 규모도 너무 작고 다른 비과세 금융상품에 비해서도 박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로 인한 세수 감소인데 혜택을 늘려도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ISA를 도입했을 때 5년간 총 1조6,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3~10월 가입자 등을 바탕으로 5년간의 세수 감소분을 예측한 결과 1,039억원에 그쳤다. 세제혜택을 늘려도 정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세수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1인당 예상 이자·배당수익은 31만원에 그쳐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비과세 한도를 400만원으로 올려도 세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ISA에 가입한 사람은 5년간(일반형 기준, 서민·청년형은 3년) 중간에 돈을 뺄 수 없었다. 인출하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이자·배당에 14%의 세금을 그대로 물었다. 여윳돈이 있는 부유층은 상관없었지만 서민층은 3~5년 동안 투자금을 묶어놓아야 해 가입을 꺼렸다. 정부는 중도인출을 허용하면 잦은 출금으로 국민 재산 증식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서민층의 가입이 제한되고 있으므로 제한적으로 풀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1년에 한번 투자원금의 30% 한도 내에서 돈을 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보다 먼저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중도인출에 제한이 없다.
가입 대상도 대폭 늘어난다. 현재는 근로·사업소득자와 농민만 허용했지만 19세 이상 모든 국민의 가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각각 16세 이상, 20세 이상 자국 거주자 모두를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ISA 상품도 있다. 다만 지난해 처음 출시했을 때는 학생·주부 등 소득이 없는 사람까지 가입을 허용하면 결국 부유층 재산 증식만 도울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제한했는데 이번에 허용하면 ‘부자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현재 ISA는 가입 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한정했지만 이를 3~5년 연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신ISA를 내놓는 것은 국가가 나서 전 국민의 자산을 불려준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해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말 240만5,893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올 5월 말 현재 226만3,027명에 그치고 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ISA 가입자 수를 503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절반에 머문 것이다. 총 투자금액도 5월 말 3조8,868억원으로 기재부의 예상(26조9,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정부는 신ISA 출시로 가입자 수가 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소득주도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인출을 허용해 서민층의 가입을 유도하고 비교적 큰 폭의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가계 자산 형성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