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걸은 물 흐르듯 해도 산천은 의구(依舊)하다더니 세월은 물 흐르듯 30년이 흘렀지만 주왕산은 변함없었다.
탐방안내센터를 지나 대전사로 들어가자 주왕산의 얼굴 격인 기암의 모습이 또렷하다. 이 같은 암석들이 폭넓게 산재한 청송은 지질학적 중요성과 희귀성이 입증돼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유산·생물권보존지역·지질공원 등 3대 자연환경보전 제도 중 하나로 지형, 지질유산과 생태·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들만이 지정받을 수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청송 곳곳에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30억년 동안 활발한 지질활동에 따라 생성된 응회암·화성암·퇴적암·변성암 등이 분포한다. 이중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여서 굳어진 것이며 화성암은 마그마가 식어서, 퇴적암은 광물 부스러기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변성암은 화성암이나 퇴적암 같은 기존 암석이 열이나 압력을 받아 변질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김경희 청송지질공원 해설사는 “청송에는 8개 읍면에 24개 지질 명소가 산재한다”면서 “7,000만년 전 이 일대는 큰 호수였는데 화산폭발이 8~10번 차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바위를 잘라보면 8~10개의 층이 포개져 있다. 주왕산은 국내 3대 암산 중 하나지만 암벽등반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산재가 굳어지면서 형성돼 재질이 무른데다 바위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겨울에 얼고 봄에 녹기를 반복하면서 바위의 경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주왕산에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그 중 장군봉 위의 전망대는 주왕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조망을 가지고 있다.
주왕산 등반을 시작하며 산의 초입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기암이다. 전설에 따르면 기암은 중국에서 변란을 일으켜 쫓겨온 주왕이 신라의 마장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이 바위에 이엉을 두르고 쌀뜨물을 계곡에 흘려보내 위세를 과장했던 곳이다. 주왕에 얽힌 전설은 주왕산 곳곳에 있는데 근처에는 주왕이 숨어지내던 주왕굴도 있다. 기암 정상에는 약 200㎡의 편평한 평지가 있는데 예전에는 이곳까지 산길이 있었으나 지금은 훼손돼 접근할 수 없다.
산 입구에서 용추폭포로 가는 길의 학소대도 빼놓을 수 없는 경치다. 학소대는 경사 90도의 절벽으로 옛날 이 절벽 위에 푸른 학과 흰 학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수가 백학을 쏘아 잡은 후 남은 청학이 슬피 울면서 부근을 배회했다고 해서 학소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소대와 마주 보고 있는 병풍바위를 같은 앵글에 넣고 찍은 사진은 ‘한국 자연의 100경’에 선정됐을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하지만 일대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용추폭포다. 용추폭포는 구룡소를 돌아 나온 계곡물이 바위를 타고 흐르며 소를 이룬 곳으로 위로는 선녀탕이 아래로는 이름 없는 포트홀이 있어 모두 3단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송에 최근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대명리조트청송’이 6월28일 개관한 것이다.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 관광단지에 위치한 대명리조트청송은 대지면적 3만6,954㎡, 지하4층, 지상8층 규모로 지어졌다. 객실수 313개로 지하3층부터 1층까지는 황산염 광천온천 ‘솔샘온천’, 한식당 ‘수달래’, 이탈리안 레스토랑 ‘빠띠오’, 6개 컨벤션홀, 플레이존 등을 배치해놓았다.
여기에 더해 청송 특산물인 999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 사과테마의 과수원도 조성 중이며 리조트 곳곳에서는 조각·회화 등 건축미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꽃돌·백자·옹기 등 청송의 상징물을 모은 청송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객실은 총 두 가지 타입으로 4인이 머무를 수 있는 ‘패밀리형 객실’과 5인까지 지낼 수 있는 ‘스위트형 객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객실에는 지하 780~1,000m에서 끌어올린 황산염 광천온천이 공급돼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청송)=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