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3시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의 한 클럽. 자욱한 담배 연기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지척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알아보기 어렵다. 한 남자가 손에 쥔 담배는 키가 엇비슷한 앞사람의 옷깃에 닿을 만큼 가깝다. 출입구에 붙은 비상구 도면은 어두운 조명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복잡한 도면을 따라 어렵게 찾은 비상구는 잠겨 있었다. 165㎡(50평) 공간에 150여명이 꽉 들어차 안전요원의 통제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담배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고 주류를 함께 파는 장소의 특성상 화재의 위험도 컸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중앙무대에서 홀(hall)을 가로질러 입구까지 이동해봤다. 인파를 헤치고 나가는 데만 3분이 넘게 걸렸다. 길게 뻗은 직사각형 구조라 반대편 구석에서 출입구까지 이동하는 데는 6분 이상 걸렸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위급 상황에 병목현상이 생기면 탈출시간은 무한정 길어지고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클럽·나이트 등 대형 유흥접객업소의 안전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위급 상황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하루 전 서교동 클럽에서 만취한 20대 남성이 깨진 소주병으로 시민 10명을 찔러 중상을 입혔지만 클럽 내부의 안전조치는 달라진 게 없었다.
이처럼 클럽이 무방비로 방치되는 동안 클럽 내 강력범죄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클럽·나이트 등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지난 2011년 1,704건에서 2015년 2,119건으로 늘었다. 체포·감금 및 협박은 같은 기간 1.5~2배가량 늘었다. 폭력범죄는 같은 기간 2만8,931건에서 2만1,277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한 해 2만건을 크게 웃돌아 하루 평균 55건씩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클럽 내 사고가 증가세를 보이자 미국·스페인·멕시코 등 일부 국가 클럽 관계자들은 2015년 ‘국제나이트클럽협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안전요원을 최소 인원 이상 층마다 배치하는지 △비상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한 층에 2개 이상의 출입구를 두고 있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내에도 100㎡ 이상의 다중이용업소에 2개 이상의 통행로를 확보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있지만 실제로는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비상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방문객들이 평소에도 퇴로를 인지하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법 적용율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