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찬성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관료화 부작용 막아 경영효율 향상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도입하기로 한 노동이사제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유럽에서는 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 등에서 보편화된 제도이고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정부는 노동조합 추천 인사를 회사 경영에 참여시켜 공공 기업부터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노동이사제 찬성 측은 기관 경영에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면 경영 효율이 높아지고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투자 위축 등이 우려되고 먼저 제도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확실한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노동이사제는 노동도 각종 경영조직과 국민경제에 대해 자본 못지않게 책임을 공유하고 권리(지분)가 있다는 철학에서 나온 제도다. 근로자가 직장에 고용된 기간에 위에서 부여되는 과업을 단순히 수행하고 정해진 대가를 받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이 악화될 때는 구조조정을 당하고 감봉도 되며 폐업이나 도산 등의 위험도 공동부담하는 존재, 즉 공동운명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노사공동결정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노동이사제가 있다.

유럽에서 노사공동결정제도는 보편적이고 당연한 제도다. 독일에서는 근로자 참여권이 일찍이 1919년 바이마르헌법에 명시되고 1920년 사업장평의회법에 반영됐다. 본격적으로는 2차 대전 이후 지난 1951년 광산·철강업 공동결정법과 1952년 사업장 조직법에서 노사동수가 참여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가 정착됐다. 스웨덴에서는 1938년 살트셰바덴협약으로, 아일랜드에서는 1987~1990년 제1차 사회연대협약에서 ‘국가재활 프로그램’으로 실시됐다. 네덜란드에서는 바세나르 협약으로, 핀란드에서는 산업평화와 협조적 노사관계를 위한 소득정책으로 실시됐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제도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유럽에서 경제 민주화 요구는 급진 좌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로 기독교회, 자유주의 사상가들 및 개혁적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 같은 위협적 급진주의 대신 개혁과 형평을 지향하면서 투쟁보다 통합, 대립보다 공동책임 등을 전략으로 채택한 점진주의가 경제 민주화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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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공공기관에서의 노동이사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기관의 경영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공공기관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패와 비리를 예방하는 내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위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발달했지만 특히 정치권력과 소수 대기업그룹의 유착으로 나치 파시즘이 대두됐다고 보고 2차 대전 후 미 군정이 대기업 경영에 근로자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 도입을 장려했다는 분석이 있다.

둘째, 경영의 주체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과와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외부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은 내부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직장문화가 아닌 참여형 직장문화가 확립됨으로써 내부의 여러 의견 차이와 이해 대립 등의 갈등을 조직 안에서 해소할 수 있고 이는 곧 외부 고객인 대국민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조직의 관료화와 그 그늘에서 자라기 마련인 무임승차·기회주의·배임 등 조직의 비효율 확대를 방지할 수 있다. 착취적 제도가 아닌 포용적 경영체계의 효과다.

셋째, 구상과 실행의 분리가 아닌 통합을 이룸으로써 모든 조직 구성원을 끊임없이 지적으로 자극하고 현장 상황을 경영 전반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구성원의 권한 강화가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경영조직과 국민경제의 성과 간 상관관계에 관한 분석에 따르면 구상과 실행이 분리된 미국식 포드주의 모델이나 제한적 범위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일본식 ‘린 생산 모델’보다 폭넓은 참여와 자율을 보장하는 참여형 모델에서 성장의 크기와 지속성이 훨씬 뛰어났다.

넷째, 오늘날 모든 조직에서 강조되는 혁신은 필연적으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고 희생과 불편을 요구하는 것이다. 참여형 조직에서는 그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외부의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 위기에서의 회복력이 높아진다. 유연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세 가지 핵심 요인, 즉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수익 간 관계, 장기적으로는 지식의 개발과 실제 적용, 중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하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이는 공공기관에도 역시 적용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효율을 높여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사회적으로 높지만 직무체계의 과학화와 합리화는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다. 공공기관이 업무 효율이 낮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노동이사제를 바탕으로 각 개인·조직의 업무 성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갖춘 뒤 그 데이터에 입각해 노사가 함께 경영 효율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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