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이면 유예가 끝나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속도전을 벌였던 분위기가 8·2 부동산 대책 이후 달라지고 있다. 대책 이전과 같이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를 붙여 규제 적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단지가 있는 한편, 일부 단지에서는 사업이 진척되면 새롭게 규제 적용 대상에 해당돼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곳도 나타난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8·2 대책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못 박은 데 이어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제도를 시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단지마다 사업 추진 방식에 차이를 보이는 모양새다.
우선 사업을 서두르는 대표적인 곳으로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가 꼽힌다.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단지는 지난 5일 총회를 열어 지상 5층 2,090가구 규모에서 지하 4층~지상 35층 5,388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사업시행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조합은 9~10일께 관할구청에 관련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조합원 지위 양도(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한 단계 더 진척시킨 것이다. 반포 1단지 조합 관계자는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향후 정부가 어떤 대책을 추가로 꺼낼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 속도를 늦출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인가를 기다리는 서초구 잠원동 및 방배동의 재건축 단지들 역시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배동의 한 조합 관계자는 “8·2 대책은 강남권 재건축에 상당한 악재”라면서도 “하지만 사업을 지연시키면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결국 손해는 조합원의 몫”이라며 속도를 늦출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1단지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달 관리처분총회를 치러 초과이익환수제도의 영향권에서는 사실상 벗어나게 됐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 조합원들에는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즉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추가 절차를 빨리 진행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곳도 있다. 압구정동과 대치동이 대표적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 은마아파트 등에서는 아직 조합 설립이 안 된 상태다. 이에 강남구가 투기과열지구임에도 매매 거래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면 매매 거래 등에서 각종 규제 적용이 시작돼 무리하게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압구정동의 한 재건축단체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조건을 서울시와 의논해야 해 일단 법정 단체인 추진위원회 구성은 시급하지만 이후 조합 설립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즉 재건축 사업을 긴 호흡으로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정부 방침도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치동의 G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50층 규제 논란에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염증을 느끼던 조합원들도 8·2 대책 이후 ‘이왕 이렇게 된 거 길게 가자’는 의견이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