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다고 포상금을….” “그 돈 모아서 히딩크 감독 데려오자.”
7일 축구 대표팀이 포상금으로 선수당 최고 1억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이다.
한국은 지난 6일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0대0으로 비겨 조 2위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본선행에 따른 포상금 지급은 대한축구협회 규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배당금을 받아 선수단에 나눠주는 것이다. 협회가 이날 발표한 것도 아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포상금 규모가 이랬으니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을 뿐이다.
월드컵 진출은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고 포상받을 일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축하 서신을 통해 “아시아 최초의 10회 출전”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을 둘러싼 외부의 공기는 누리꾼 반응처럼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덮어놓고 “본선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외치기에 앞서 선수단에 꼭 필요한 일이다.
1차 이유는 경기력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 체제로 마지막 두 경기를 치렀으나 모두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강호 이란을 맞아서는 홈에서 수적 우세를 이용하지 못했고 한 번밖에 진 적 없는 우즈베키스탄과는 원정에서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다.
갑자기 팀을 맡은 감독이 하루아침에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팬들이 더 안타까워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내부의 해석일 것이다. 김영권은 이란전 졸전의 원인을 돌아보며 홈 관중의 큰 함성 때문에 선수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식으로 얘기해 물의를 빚었다. 의도야 어떻든 주장 자리에 맞지 않은 실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본선 확정 소감을 밝혔다. 본선 진출이냐, 3위로 밀리느냐가 걸린 다른 팀 경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리아가 후반 추가시간에 한 골을 더 넣었더라면 희대의 조롱거리가 될 뻔했다. 신 감독은 90분까지 이란이 2대1로 앞서고 있다는 내용까지만 듣고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랬다면 좀 더 신중해야 했다.
주장과 감독의 부주의를 고스란히 지켜본 팬들은 성취감 가득한 미소로 신 감독을 헹가래 치는 선수들의 심정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헹가래는 본선 진출이 최종 확정된 후의 일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외부에서는 ‘이란 덕에 강제 진출 당했다’는 반응이 공감을 얻는 상황인데 내부의 분위기는 ‘어찌 됐든 올라갔다’는 자축인 것 같아서 안타까운 것이다. 선수단은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해 자책하고 국민은 그런 대표팀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상식적인 그림 아닐까.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히딩크재단 관계자의 말이 알려져 화제다. 하필 본선을 확정한 지난 6일이었다.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7일 귀국하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불쾌해했다. 이미 본선까지 계약한 신 감독에게는 맥이 빠지는 얘기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시점도 아닌, 본선 확정과 함께 나온 얘기여서 협회로서는 충분히 불쾌해할 만하다. 그러나 히딩크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일반의 반응이 어땠으며 왜 그랬는지를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조롱해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던 기성용은 7일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1년 동안 힘들게 왔다. 전적으로 우리 몫이고 책임이다. 많은 비판과 비난, 우리가 겸손히 받고 다시 시작하는 거다.” 기성용은 최종 예선의 여정을 함께한 내부자이자 마지막 두 경기는 부상 후유증 탓에 관중석에서 지켜본 외부자다.